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양국 간 상호이익균형을 위해
농산물의 추가 개방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세이프가드와 수입쿼터 등
잘못된 규정은 바로 잡는
공세적인 개정협상을 추진해야…

▲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시험대는 한미FTA 개정협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첫 해 농산물 시장개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정혼란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의 국정혼란을 교훈 삼아 한미FTA 개정협상을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2012년부터 발효된 한미FTA의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율은 품목수 기준 97.9%로 기체결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미FTA 파급영향을 보면, 농림수산업의 대미 상품수지 적자는 FTA 발효 전 평균 51억 달러에서 FTA 발효 이후 평균 68억 달러로 증가했다. 2016년 농림축산물 분야의 대미 수입은 68억5200만 달러에 달해 농산물 무역적자 규모가 61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늘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은 쇠고기 등 축산물과 같이 가격에 탄력적인 품목(가격하락에 따른 소비량 증가가 큰 품목)이지만 최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품목(축산물, 체리, 자몽 등 수입과일)으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FTA 개정협상에 있어서 정부는 지속가능한 농업생산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농업생산은 다른 산업생산에 비해 자연 의존도가 높아 생산에서 수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농업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 복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농업은 국민경제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다. 한미FTA 개정으로 만약 농업부문의 개방이 확대된다면 실업이 크게 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는 무너질 것이다. 농업은 지식서비스산업과 달리 토지와 노동의 의존도가 높고, 농민들은 고령화돼 있어 타 산업으로 직업전환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농업부문에 실업이 발생하면 장기 실업으로 고착화돼 사회경제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양허에서 제외한 쌀에 대한 시장개방과 현행 관세와 계절관세, 세이프가드를 유지한 품목들에 대한 수입쿼터의 확대 등을 미국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쌀의 관세철폐나 미국산 쌀의 수입 쿼터 증량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농업의 중심인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음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미FTA의 개정협상에 따라 EU 등 다른 국가들도 FTA 개정 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한미FTA로 인해 농산물 시장에 있어서 한국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국은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미국은 한미FTA로 한국 농산물시장에서 특혜를 받고 있으며, 한미FTA가 없다면 미국은 경쟁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육류수출입협회 등 축산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언급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농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잘못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천연꿀, 연유·분유, 식용대두, 감자에 있어서 무한복리 연 3%로 증가하는 수입쿼터 할당물량을 축소하고, 일정기간으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비현실적으로 과다하게 책정된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물량 수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적극적인 협상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추가적으로 농산물시장이 개방한다면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실업이 늘어나고 정국이 불안해질 것이다. 한미FTA 개정협상에 임하는 정부는 양국간 상호이익균형을 위해서 농산물의 추가 개방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하며, 세이프가드와 수입쿼터 등 잘못된 규정은 바로 잡는 공세적인 개정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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