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농업 부가가치 높이는 한국형 농식품 R&D - ④발효종균 국산화로 우리 입맛 되찾는다

▲ 탁주와 식초 제조에 필수인 발효균. 여수환 연구사는 토착 발효식품으로부터 맛과 향, 알코올 생성능력이 뛰어난 발효균주로를 발굴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 관련 농가와 업체에 기술 이전해 발효식품의 주권 독립을 이뤄냈다.

농진청, 수입에 의존하던 발효종균 국산화 성공  
알코올 생산량 많고 맛․향도 외국산보다 뛰어나  
농가․업체 맞춤형 종균제조시설도 개발해 보급 
 

그 동안 우리 전통주인 탁주는 일본산 곰팡이로, 알코올 발효에 관여하는 효모는 제과․제빵용 빵효모나 유럽산 와인용 효모를 사용해왔다. 우리 술을 만드는데 외국산 곰팡이와 효모가 쓰인 것이다. 이에 국내 전통주 업계로부터 우리 술에 맞는 국산 토착 발효종균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마침내 그 바람이 이뤄졌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식품과에서 탁주 제조에 적합한 곰팡이와 효모 등 국산 발효종균을 발굴하고 이를 이용한 고체종균 제조 기술과 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여수환 연구사로부터 그 성과를 들어봤다.

우리 입맛에는 ‘토착 발효균’이 최고
“21세기 들어 생물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U와 미국,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이 유용 미생물 자원 발굴을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미생물 시장은 정반대로 발효식품에 사용하는 대부부의 종균을 외국으로부터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발효식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표준화된 원천기반기술 개발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관련 연구와 산업 실정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여 연구사는 말한다.
국내 종균 생산업체는 영세성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시설이나 장비 등 고가의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고, 수입 종균제품에 비해 국산은 품질이 낮아 대부분의 발효식품 생산업체가 로열티를 지불하더라도 품질이 좋은 외국산 종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해왔던 수입산 종균을 국산 종균으로 대체하기 위해 발효식품의 핵심인 종균의 국산화에 농촌진흥청이 발벗고 나섰다. 여수환 연구사는 지난 10여 년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누룩, 메주, 식초 등 다양한 발효식품에서 우수한 특성을 지닌 토착 발효미생물을 발굴하고 자원 확보를 통해 주류, 장류, 식초류 등에 적합한 종균 연구에 착수했다. 마침내 지난해 그 성과를 이뤄냈다.

발효능력․안전성 뛰어난 ‘토착균주’
지난해 여수환 연구사가 발굴한 탁주 제조용 종균은 아스퍼길러스 루츄엔시스 74-5, 아스퍼길러스 오리재 75-2 등 두 종류의 곰팡이와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 Y204, Y283 등 두 종류의 효모다. 이는 국내 고유의 발효식품에서 우선 곰팡이 20종과 효모 6종을 분리하고, 곰팡이는 생육도와 산 생성능력, 효소활성과 곰팡이 독소 안전성 등이 뛰어나고, 효모는 알코올과 향 생성능력이 우수한 종균을 선발한 것이다.

탁주용 곰팡이 종균인 아스퍼길러스 루츄엔시스 74-5와 아스퍼길러스 오리재 75-2는 효소결합 면역흡수 분석법으로 검사한 결과, 모두 아플라톡신 음성반응이 나와 안전한 종균임을 확인했다.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 Y204와 Y283 효모 종균을 0.5% 접종해 25℃에서 발효시키면 시판되고 있는 효모보다 많은 알코올을 생산했고, 15% 높은 알코올에서도 다른 효모에 비해 높은 생육도를 보였으며 과일향도 풍부했다.

여 연구사가 이 효모들로 탁주를 빚었더니 시판 국내외 효모로 빚은 탁주에 비해 알코올은 국내산 효모보다 약 1.2배 높았고 수입산 효모와 비슷했지만 향이나 맛, 뒷맛 등 전체적인 기호도가 시판 효모로 만든 탁주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농가소득 다 잡았다
“현재 곰팡이, 효모, 유산균, 초산균 등의 발효미생물 225주를 발굴·선발했고, 아플라톡신 등의 독성물질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미생물을 국가지정 균주보존센터에 92주를 등록했습니다. 특히 발효특성이 뛰어난 16종의 토착 발효종균 발굴은 나고야의정서 발효와 향후 한일FTA 체결에 따른 수입 종균 대체로 우리의 생물자원 권리를 주장할 원천기반기술 국산화와 발효종균의 주권 회복을 어느 정도 이루는 신호탄이 됐죠.”

여수환 연구사는 개발한 종균을 이용해 발효제인 누룩 제조기술, 누룩을 이용한 우리 술 품질 향상기술, 발효주를 이용한 발효식초 제조기술을 개발해 농가형 발효식품 제조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현장 맞춤형 실용화연구를 수행했다.

또한‘발효종균 및 발효식초 신기술시범사업’을 통해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산업체에 발굴한 토착 발효종균을 보급해 고품질 발효식품 생산을 뒷받침했다. 특히 외국에는 처음으로 일본에 기술이전해 생산된 제품은 현지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쌀을 비롯한 과일류 등 국산 농산물의 소비 창출과 빙초산 대체용 고산도 식초 생산으로 안전한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이를 활용한 농가형 발효식품 상품화, 체험, 우리 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 관광 등 발효식품의 6차산업 실현을 통해 농가소득 향상에 이바지하게 된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이 같은 토종 발효종균 연구·개발로 우리 종균 주권을 회복하고,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한 현장 맞춤형 실용화기술을 개발해 산업화한 공로로 여수환 연구사는 지난해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기술이전을 받은 울산의‘충무발효’에서는 발효종균을 전국의 전통주 제조 전문업체에서 현장 평가를 하고 있는데, 업체들은 향과 풍미가 우수하고 시판 종균보다 알코올과 산 생성이 우수하며 당화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농진청이 발굴한 토착 발효종균을 이용한 탁주를 맛볼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되는 희소식이다. 

충무발효는 농진청이 발굴하고 이전 받은 발효균주의 보급 확대로 국내 양조업계에서도 우수한 품질의 전통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균 수입국에서 수출 주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초기반 연구뿐만 아니라 현장 맞춤형 실용화 연구에 더욱 매진해 발효식품산업 발전에 초석이 되겠습니다.”

여수환 연구사의 원대한 포부가 꼭 실현돼 종균의‘100% 대한독립’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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