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 원장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
마을다움의 인간세상과 
농업경쟁력을 배양하려면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게 바로 마을의 행복을 
창조하는 근원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 50주년 기념식 행사를 참석하느라 고향 농촌마을을 방문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들의 화제가 어쩌다가 ‘마을공동체정신’이 오늘날 너무 약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그렇다보니 농촌다움의 인정이 사라지고 마을개발 의지가 약해져 마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귀농·귀촌인과의 융화도 쉽사리 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각자 개성화된 삶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예부터 농촌마을은 협동정신의 본보기 역할을 해왔다. ‘향약’ ‘두레’ ‘계’라는 마을의 협동조직을 만들어 상부상조의 공동체정신을 발현해 인간다움의 세상을 만들어가기도 했다.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한 협동하는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그것을 큰 미덕으로 여겼다. 인간의 뇌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이유도 협동의 원리를 터득하면서부터라고 말을 한다. 오랜 시간 맹수의 먹잇감이었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업능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협동은 인간생존자체를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을 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농촌다움을 유지하고 마을을 길이보전하기 위해서는 협동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정신을 살려나가야 한다. 농촌생활의 구심인 ‘마을’은 인간의 근원적 심성인 자연과 공동체 삶에 대한 애착으로 응집돼 있는 공간이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국가일수록 자연과 인간의 교감에 대한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고 있다. 농촌은 마음의 풍요가 넘치는 곳으로 인간다운 삶의 고장이다. 흔히들 ‘마을은 신이 만들었고, 도시는 농촌이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토마스 모어는 “농촌마을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농촌마을의 소중함은 성현들이 주창하고 만인들이 공감하는 바다. 이런 마을공동체 구심점에는 ‘협동의 원리’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농업경쟁력에서도 개별경체로서는 한계가 있다. 농가끼리 똘똘 뭉쳐 협동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부상조의 힘이 발휘되고 마을브랜드가 탄생될 수 있다. 경제가 개방화될수록 더욱 단결해서 협동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마을개발사업을 컨설팅해오면서 공동체의식이 강한 마을이 성공적으로 마을단위사업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얼마 전 내가 다녀온 경기도 연천의 새둥지마을은 부녀회가 똘똘 뭉쳐 도농교류활성화의 모범마을로 입지를 굳히는 성과를 얻게 됐다. 농가가 흩어져 있는 마을인데도 부녀회원들이 똘똘 뭉쳐 일사불란한 단결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경기도 이천에 있는 ‘서경들마을’의 부녀회도 협동심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일찍이 ‘전통장류사업’에 눈을 떠 마을들녘에 콩을 많이 재배하는 계기가 됐다. 십 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이곳 장류제품의 브랜드가치 인지도가 높아져 6차산업화의 훌륭한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으나, 멀리 보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마을다움의 인간세상과 농업경쟁력을 배양해 나가기 위해서는 더불어 함께하는 삶의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게 바로 마을의 행복을 창조하는 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맹자는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득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고 했다. 

앞으로 우리 마을의 지혜로운 삶의 활로는 마음을 함께하며 협동·단결하는데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껴보자. 더욱 참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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