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사업 선정, 수혜자 부적절 사례 빈번
예산담당자 성인지적 접근능력 강화해야

성인지 예산제도는 국가재정 운용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해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함으로써 국가재원이 보다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기 위한 제도다. 이 같은 성인지 예산제도는 정부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높여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양성평등과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예산과 정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 보다 성숙한 양성평등 사회구조를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의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조차도 대상사업 선정과 사업대상자, 수혜자, 성과목표 등이 부적절한 예산안을 내놔 황당하게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18년도 성인지 예산서 분석에 따르면, 여가부의 ‘가족가치확산사업’은 고비용 혼례문화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시설 예식장 개발·확대를 통해 합리적인 작은결혼문화를 확산하는 사업인데, 전국민이 수혜대상이어서 성별에 따라 분리해 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정책효과가 남녀차별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성인지 대상사업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주거환경 개선 등 기능보강을 통해 저소득 무주택 한부모가정 입소자의 자활의지를 높이고, 자립기반을 조성하는 여가부의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지원사업’도 사업성과지표가 성별격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은 모자가족이 부자가족에 비해 거의 4배 정도 많지만 사업수혜자는 모자가족이 97.4%로 부자가족(2.6%)보다 월등히 많아 부자가족에 대한 차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업인구 중 여성의 비중이 더 많은 농업분야도 성인지 예산 사업 선정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와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라는 성평등 목표 구현을 위해 내년에 3619억 원 규모의 성인지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편성했다. 이중 ‘영농도우미 지원 사업’은 사고와 질병농가에 영농도우미를 지원하고, 취약농가 등에 가사도우미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사업대상자와 수혜자가 농가단위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사업대상자와 수혜자를 남녀로 구분해 성별을 분석하기가 어렵다.

농업경영체의 등록과 관리를 위해 농어촌지역의 여성을 조사원으로 채용·운영하는 농식품부의 ‘농업경영체등록사업’도 농촌여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대부분 무기계약직 형태이고, 급여수준이 낮아 남성 구직자가 적어 여성채용인력 비율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여성참여율 목표를 88.6%로 설정하는 것은 남녀간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성인지 예산서 작성 상의 부적절성이 빈발하고 있어 각 부처 담당자에 대한 보다 충실한 교육을 통해 성인지적 접근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농업농촌의 주역인 여성들이 성평등한 환경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행복한 농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여가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모두 각별한 관심과 사업 발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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