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추석, 근친 그리고 반보기
박광희 기자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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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2  11: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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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쾌 젓조기로 추석명절 쇠어 보세 / 새 술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 성묘를 하고 나서 이웃끼리 나눠 먹세 / 며느리 말미 받아 친정집 다녀 갈 때 / 개 잡아 삶아내고 떡상자와 술병이라 / 초록 장옷 검남빛 치마 차려 입고 다시 보니 / 여름 동안 지친 얼굴 회복이 되었느냐 /가을 하늘 밝은 달에 마음놓고 놀고 오소’

<농가월령가> 8월령 셋째 마지막 연 구절이다. 추석명절을 쇠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음식이야 지방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타박할 일이 아닐 터다. 오려송편은 일찍 여문 쌀로 빚은 송편이다. 햇곡으로 빚어내는 정성이다. 그렇게 한 해 농사 잘 지어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해 조상께 올리고 이웃과 나눠 먹으니 이런 큰 음덕이 어디 있으랴. 그리고, 농삿일이며 된 시집살이로 한 해 내내 심신이 곤했을 며느리에게 며칠 말미를 주어 개 잡고 떡상자ᆞ술병 들려 친정 나들이를 시킨다. 그리고 빈말일지언정 넉넉한 마음 배려를 잊지 않는다.- “가을 하늘 밝은 달 아래 마음 놓고 놀고 오라”고. 이름해서 근친(覲親)을 보내는 것이다.

근친은 추석명절 때 행해지던 빼놓을 수 없는 풍속의 하나였다. ‘출가외인’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유교윤리가 지엄했던 옛 전통사회에서 며느리의 친정나들이를 상서롭게 보지 않았던 터라 겨우 명절이나 친정부모의 생신, 제삿날에만 근친이 허락됐다. 간혹 시집에서 첫 농사를 지은 뒤 근친을 허락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는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이해 며칠 말미를 주어 친정에 보내는 것을 근친이라 했다.

근친을 갈 때는 햇곡식으로 떡과 술을 빚어 가져갔고, 형편이 넉넉하면 의복이나 버선을 선물로 마련해 가져가기도 했다. 시댁으로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음식을 정성스럽게 해 왔는데, 이를 ‘사돈음식’이라고 했다.

혹간 시가가 엄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근친을 못갈 때에는 ‘반보기’를 하여 친정부모를 만나게 했다. 이 반보기는 양가에서 미리 연락해 만날 날짜를 정하고, 시댁과 친정의 중간 쯤 경치 좋은 적당한 곳을 택해 친정어머니와 출가한 딸이 만나는 풍속이다. 이때는 각자 장만한 음식을 가지고 와서 나눠먹으며 그동안의 회포도 풀고 하루를 즐기다가 저녁무렵에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야말로 아쉬움 속에 모녀가 헤어지고, 절절하게 저만치 두고 그리움으로 애만 태우며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던 애잔한 풍속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족제도와 가치관, 교통과 통신이 상전벽해로 달라져 근친이며 반보기는 저만큼 사라져 버렸다. 스마트폰 영상통화가 일상화 된 마당이니 누가, 누굴 저만치에 두고 애잔하게 그리워 하겠는가… 그 적의 풍속들이 새삼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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