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인터뷰 - 초원약초영농조합법인 유덕종 대표

▲ 백수오 제품의 판매가 재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초원약초영농조합법인의 창고에는 많은 백수오가 보관돼 있다.

여성 갱년기에 효과 있다고 알려져 3000억 시장으로 성장했었는데…
소비자원-식약처 다른 발표로 소비자 혼란…판매 급전직하
유해성은 단호히 대처…피해 농가 최소화 방안도 생각해야

지난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가공제품 중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이 확인된 것이 3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장년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갱년기 치료제’라고 일컬어지면서 각종 홈쇼핑에서 매진을 기록하며 3000억 원 시장까지 형성된 상황에서 이 발표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백수오 원재료 국내공급을 독점해온 내츄럴엔도텍은 한국소비자원의 검사방식이 자의적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고, 식약처도 2015년 1월 조사 당시 문제가 없었으며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가 없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소비자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정부 기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이 소비자의 불신은 극에 달했고, 결국 백수오 가공제품 판매는 급전직하했다.

충북 제천시 초원약초영농조합법인 유덕종 대표도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사건으로 큰 피해를 본 사람 중 하나다.

“2015년 85농가와 함께 백수오 2200톤을 내츄럴엔도텍에 납품하기로 했었어요. 그러나 사건 이후 납품이 중단되면서 그해에만 80억 원의 손실을 봤고, 이후 2년 동안의 피해를 합치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검찰 조사도 받고 무혐의 처분까지 받았지만 이미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후였죠.”

실제로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조사 결과 이엽우피소 혼입방지를 위한 검증 시스템이 일부 미비한 점은 있었지만, 고의로 혼입했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없어 무혐의 처분을 2015년 6월에 내렸었다. 하지만 이미 언론의 관심은 식은 뒤였고, 한번 멀어진 소비자의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아주 소량의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인데 마치 100%가 백수오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그야말로 절단이 났죠. 본래 이엽우피소는 중국에서 수입된건데 상인들이 수확량이 많은 백수오의 개량종이라고 공급하면서 농가들이 재배하기 시작한건데, 농민들은 이엽우피소가 아닌 백수오라고 철석같이 믿고 재배하다 날벼락을 맞았어요.”

지금은 백수오를 재배하는 농가가 10여 곳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이지만 백수오 자체에 대한 믿음만은 확고하다는 유덕종 대표.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산한 백수오를 먹고 탈 난 사람은 없다고 봐요. 여전히 백수오 자체의 효능은 탁월하다고 믿고, 다시 기지개를 펼 날만 손꼽아 기다릴 뿐입니다.”

유 대표의 바람대로 지난 7월 공영홈쇼핑을 통해 판매가 재개된 백수오 제품은 소비자들의 불신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백수오 제품을 복용하며 실제로 효과를 본 소비자들의 신뢰가 여전한 것이다.

▲ 초원약초영농조합법인은 농산물우수관리(GAP) 시설 인증을 받았지만 가짜 백수오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판매가 허용된 백수오 제품들은 식약처가 공인된 검사기관의 유전자분석으로 백수오 원료임이 확인된 것만 유통되고 있고, 농가실명제로 농가 정보까지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의 검사방식에 대한 불만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식약처의 검사 기법이 기존에는 28회에 걸쳐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다가 40회로 횟수를 늘렸고, 농가와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해 다시 28회를 하고 있어요. 저희 창고에만 작년에 수확해서 검사를 기다리는 백수오가 몇 톤이 넘어요. 시간이 지체되는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감당합니다.”

이엽우피소가 1%만 혼입돼도 전량 폐기할 정도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꼭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와 백수오에 대한 독성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엽우피소는 식품원료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이엽우피소의 수입뿐 아니라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또다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치라고 유덕종 대표는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업체가 계약한 농가에게만 백수오 종자를 공급하고 있는데, 농업기술센터나 농협을 통해 백수오 종자를 모든 농가에 공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수를 했을때 반면교사로 삼아 반복하지 않는다면 좋은 교훈으로 남는다. 그러나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보듯이 정부는 가짜 백수오 사태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각기 다른 발표로 소비자를 혼란시켰고, 판로가 막혀 농가가 모든 피해를 떠안았다. 정부는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동시에 해당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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