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의료협동조합이 농촌의료 사각 메운다② : 안성·홍성 의료협동조합 사례를 듣다

농촌지역의 열악한 의료서비스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의료협동조합’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농촌에서 의료서비스를 확대해 농촌주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안성과 홍성 지역의 의료협동조합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성의료협동조합 

▲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이기범 이사장은 농업인 출신으로 현재도 축산과 호박농사를 겸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건강검진’ 도입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이기범 이사장은 농업인 출신으로 현재도 축산과 단호박 농사를 겸하고 있다. 그는 의료협동조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필요해서 만든 조직입니다. 1980년대부터 대기업 총수들 같이 소위 가진 자들은 개인에게 꼭 맞는 주치의가 있었습니다.‘농업인을 위한 주치의는 왜 없을까’하는 의문이 의료조합을 최초로 만들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안성의료협동조합의 주치의제도는 의사와 환자가 인간적 신뢰를 쌓고 신뢰를 바탕으로 꼭 필요한 진료를 하는 것을 토대로 한다. 이는 이해관계 없이 의사의 판단으로 경직된 의료서비스를 받던 지금까지의 의료관행과 대비된다. 협동조합의 의료인들은 주치의제도를 기반으로 바른 진료를 펼치고, 안성농업인이 중심이 돼 모인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건강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소모임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예방 소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소모임 활동 중에 우리나라 최초로 건강검진 진료를 했고, 의미 있는 활동이 알려지면서 보건복지부에 채택돼 국민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미리 알 수 있는 건강검진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검강검진의 시초가 된 활약을 뒤로하고도 병이 생기기 전 스스로 자기 몸을 예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방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고령의 안성시민들이 의료협동조합에 한 데 모여 자기 몸에 이로운 예방운동과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의료서비스의 어려움과 이를 뒷받침 할 지원이 있는지 물었다.
“이번 정부는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환경이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협동조합은 자립자족이 생명인데, 외부에서 지원을 받게 되면 조합 취지에 맞게 지속가능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존 협동조합의 애로사항을 먼저 파악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홍성의료생협 

▲ 홍성의료생협 이훈호 의사는 농촌의 특성에 맞춰 진료·운영하고 있다.

농촌현실에 맞는 맞춤의료복지 실천

‘우리마을의원’앞에는 읍·면의 농촌어르신이 모여 담소 나누기 좋은 커다란 오두막이 있다.  
“노인분들이 지역에서 이웃들과 건강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홍성의료생협 이훈호 가정의학과 의사는 농촌에서도 자립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젊은 귀농인이 많고 새로운 영농실험을 많이 하는 곳이다. 농사도 친환경과 유기농처럼 시작해 대중화에 기여했고, 교육도 학교에 젊은 교사들이 모여 참교육을 실천해보려는 움직임 등이 있었다.

“여러 단체들 틈에 있다 보니까 의료서비스를 같이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의 권유로 의료생협에서 의원으로 함께하게 됐습니다.”
홍성의료생협은 설립된 지 2년 됐다. 자리 잡고 오래 되지 않아서 일손이 부족하고 지역 특성상 유연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일반진료 외에 예방치료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다.

“프로그램 부분은 의료생협이 농촌특성에 맞춰서 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계획해도 농번기에는 생협을 이용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몸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다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자세와 휴식할 때의 자세도 알려줍니다. 중요한 건 본인이 할 수 있는 농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교육활동으로는 허리예방운동, 걷기모임, 건강교실 등과 농촌주민들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음악회나 바자회를 열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계획하고 있는 교육활동이 있는지 물었다.
“하나는 주치의 수첩을 만드는 일입니다. 외지에서 자녀가 와도 부모가 무슨 약을 먹는지 모르고 있는데, 본인 건강상태를 본인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주치의 수첩으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지역 노인들이 농업 외 활동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어르신 요리교실 같은 모임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돌봄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훈호 의사는 밀착된 지역사회 안에서 농촌생활을 공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의료생협을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