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이석영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센터장

나고야의정서에 대비하려면
생물자원의 평가 강화해야 한다.

종(種)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을 
포함할 수 있는 자원집단의 확보, 
환경 반응성, 병충해 저항성, 
건강기능성, 유전적 구조와 기능 
연구가 미래의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

 

‘후디아(Hoodia)’는 남아프리카에서 자라는 협죽도과에 속하는 다육식물로 남아공 지역에서는 갑(ghaap) 또는 봅베잔갑(bobbejaanghaap)으로 불린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 부족이자 남아공 토속부족인 샌족(부시맨)이 멀리 사냥을 나갈 때 배고픔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해 온 식물이다. 후디아의 식욕억제 효과에 대해 남아공의 과학산업연구개발위원회는 샌족의 사전 승인을 구하지 않은 채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 활성물질에 대한 특허 획득으로 후디아의 지속적 이용에 문제를 야기했으나, 이후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유니레버(Unilever)와 이익금의 6~8%를 샌족의 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더해 샌족은 300㏊에 이르는 지역에서 후디아를 재배해 소득 창출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의 세 가지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생물자원의 이용에 따라 발생되는 이익의 공정한 공유에 대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나고야의정서(ABS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고, 2014년 10월12일에 발효됐으며, 현재(1월) 서명국은 92개국, 비준국은 78개국이고 우리나라는 2011년 9월에 서명했다. 이에 참여한 나라들은 생물자원 이용 시 그 자원을 제공하는 나라에 사용하기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이용함에 따라 발생된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을 상호합의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을 위해 우리나라는‘유전자원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을 올 1월17일에 제정해 공포했고 17일부터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농업유전자원은‘농수산생명자원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실물의 관리는 농촌진흥청이 수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549종 24만7734자원의 식물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6위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식량작물이어서 종자산업이나 나고야의정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준비가 필요하다. 

농진청은 1974년부터 종자관리법을 두고 보존자원의 관리와 국내외 자원의 확보에 집중했고, 2008년에는 관련 법률을 제정해 생명자원을 국가재산으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국가 관리체계 기반을 구축했다. 생명자원에 대한 주권 강화를 위해 2007년부터는 유출됐던 한반도 재래종 유전자원을 미국과 일본, 러시아, 독일 등으로부터 반환받았다. 국외자원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 국제적인 농업연구소와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들 자원의 안전보존을 강화하는 중복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나고야의정서의 양대 축은 보유자원의 지속적인 이용을 위한 안전 보존과 더불어 이익 공유다. 과거에 무료로 나누던 생물자원이 권리·쟁점화 되고 있는 것은 생물자원에 대한 가치의 인식 변화다. 지금까지 생물자원의 이용이 기본적인 식재료로 이용됐다면 앞으로의 생물자원은 고급식재료나, 약용, 소재, 다른 소재와의 합성물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고부가가치 형태로의 이용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 협약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고 국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행정적 틀과 이들 자원에 대한 세밀하고 진전된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원산인 자원에 대한 준비는 물론이고, 종(種)이 갖고 있는 유전적 다양성을 포함할 수 있는 자원집단의 확보,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 반응성, 병충해 저항성, 건강기능성, 유전적 구조와 기능 등에 대한 연구가 미래의 친환경 소재 개발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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