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

사는 게 쉽지 않다. 경쟁사회라 모두들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일을 한다.
집도 직장도 전쟁터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다. 심한 경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힘든 세상 행복하게 살 수가 없을까?
그 해답을 얻고자 방송과 강연으로 많이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를 만났다.

표정, 말, 태도, 눈빛이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거나
인생을 바꾸는 위대한 순간이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스트레스 90%는 불편한 관계서 비롯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이게 우리 인생의 화두죠. 행복에 관해 1940년대에 하버드대 입학생들을 인터뷰했다고 합니다. 70년이 넘게 이들의 삶을 추적조사 했는데, 그 결과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는 바로 ‘관계’였습니다. 돈이나 명예,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행복에 가장 큰 요인은 ‘관계’였습니다. 좋은 관계를 맺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결국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상대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합니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신경’(mirror neuron)이란 게 있습니다. 먹이를 먹는 원숭이의 뇌를 촬영했더니 뇌가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의 뇌도 활성화되는 게 발견됐죠. 이 현상에 대해 ‘거울신경’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간 뇌도 이런 뇌 구조로 ‘내가 아프면 가까운 상대인 너도 아프다’는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가까운 사람과 좋은 공감을 맺는 훈련을 하며 살아야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감능력을 어떻게 키워야 될까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행동할 때 공감훈련이 됩니다.”
신 교수는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90%는 불편한 관계에서 비롯되므로 관계형성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일상의 행복이 ‘행복지수’ 높여
신영철 교수는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살아야 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저희 집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계세요. 지난 5월에 어머니를 찾아뵀더니 아들이 왔다고 좋아하시며 저를 화분 앞으로 이끄셨습니다. 어머니께선 화분을 가리키며 ‘이 꽃은 6월에 피는 꽃이야. 근데 네가 왔다고 5월에 피었구나!’라면서 행복해 하시는 겁니다. 내가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꽃망울이 좀 올라온 것뿐이었어요. 어머니는 그것을 보시면서 행복해 하신 겁니다. ‘그래 바로 이거구나! 우리가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훈련을 하게 되면 행복지수가 올라갈 수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부터 작은 행복을 찾아보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한편, 신 교수는 병원의 간호사들이 일에 지친 탓인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간호사에게 심리적 힐링을 주고자 강연을 했다.
신 교수의 강연을 들은 한 간호사로부터 6개월 뒤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라는 내용의 엽서를 받았고, 신 교수는 강연을 기억해 준 고마운 그 엽서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엽서를 보낸이가 답글을 달았는데 그 엽서내용은 ‘강연을 듣자마자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쓴 것이었으며, 6개월 뒤 천천히 가는 엽서로 붙였다’는 것이었다. 사소한 이 엽서 한 통이 신 교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엽서를 계기로 신 교수는 자녀에게 뭘 보내줄까 생각하다 불현듯 자녀에게 이런 편지를 띄웠다고 한다.
‘아들아, 딸아. 아빠는 늘 행복하진 못했단다. 지치고 힘들고 넘어지고 좌절할 때도 많았어.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란다. 아빠는 행복하게 살았단다.’
신 교수는 “이 편지는 제가 자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긍정적인 감정의 기억이 인생을 크게 변화시킨다면서 ‘감정의 기억’에 대한 얘기를 했다.

엄청난 행복과 불행 일어나면
호르몬이 분비돼 기억 강화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의 기억은 쉽게 잊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감정이 동반한 기억들은 뇌 깊숙이 자리 잡게 됩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는 큰 행복이 일어났다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기억을 강화시키고 각인시키는 일이 일어납니다. 이에 로또복권 당첨일과 당첨번호는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해 냅니다.”

그는 이와는 반대의 내용을 설명했다.
“사람이 좋지 않은 큰일을 겪게 되면 주변에서 위로를 하죠. ‘그 생각하지마’ ‘잊어버려’라고요. 불행히도 이건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잘 기억하게 돼 있어요. 이걸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감정기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복이 많아 국내 정신의학계의 거두인 이시형 박사를 스승으로 만났습니다. 이 박사는 너무 유명한 분이시라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편지를 받습니다. 심지어는 TV에서 봤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도 받지요. 편지가 많이 와 제가 답장을 써야 할 때도 있었어요. 한번은 제가 수련의가 된 지 6개월 후 이 박사의 부름을 받고 간적이 있습니다. 편지는 어떤 어머니가 딸이 대학시험에 떨어져 울고만 있다는 내용으로 이들 모녀를 달래는 내용의 답장을 써야 했습니다. 사실 내가 아는 게 있어야 쓰지요. 이 박사의 책을 읽고 써야겠다고 생각해 당직실에서 잠을 안자고 책을 읽은 뒤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쓰고 나니 아침 해가 떠올랐습니다. 편지는 내가 생각해도 잘 썼더라고요.

다음날 아침 이 박사에게 편지를 드리고 마주앉았는데 이 박사가 ‘닥터 신, 네 이름은 지워라.’ 그때 그분이 보여줬던 눈빛과 표정, 툭 던진 한마디는 정신과 의사로서의 저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제가 그 방을 나오면서 ‘이 박사가 시키면 밤을 세워서라도 일을 해야 겠다’ ‘더 열심히 보필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죠. 지금의 제가 되는데 있어 가장 위대한 감정기억의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듯 감정의 기억은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보이는 표정, 말, 태도, 눈빛, 그 작은 것들이 어쩌면 상대방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인생이 바꾸는 위대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신 교수는 힘든 세상이지만 모두 따뜻한 말로 서로를 위로하며 배려의 손길을 펴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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