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농담(農談)<39>

최근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이 활발하다. 이들 중에는 성공적인 농촌정착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도 있고,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다. 본지는 재밌는 한상덕 씨의 생생한 귀촌일기 연재를 통해 후배 귀농귀촌인들의 시행착오를 덜어줄 지름길을 알려주고자 한다.

▲ 텃밭의 고춧대.

농부는 농부의 꿈이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행복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농촌을 택하라~

우리 동네 할매 친구들은 오전 6시에 참외 비닐하우스에 출근해 오전 10시에 퇴근하면 일당이 5만 원이다. 때문인지 우리 동네에서는 품앗이가 사라진 지 오래다. 간단한 일손 하나 빌리는 것도 돈의 액수를 말해야할 정도다.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잘라 고춧대를 만들고 오이랑 방울토마토의 지지대를 만들고 나니 여름 같은 봄 햇살이 따갑기만 하다. 봄볕에 그을린 얼굴은 나이가 주는 초라함에 빈궁함을 더하지만 이 일을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 아니면 누구도 대신해줄 사람 없는 농사일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경제학’을 주창한 폴 돌런 교수는 돈 자체가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복은 돈과 같은 물질적인 조건이 아니라 행복한 감정을 느끼도록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화 하나를 들려주었다. 브라질 해변의 작은 마을에 한 사업가가 앉아 있었다. 그는 어부가 커다란 물고기 몇 마리를 잡아서 작은 배를 노 저어 해변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사업가는 어부에게 “그렇게 잡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라고 물었고, 어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업가는 “그럼 더 많이 잡지 그래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고, 어부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라고 말했다. 사업가는 “물고기를 잡은 후 나머지 시간에는 뭘 합니까?”라고 따지듯 물었고, 어부는 “아이들이랑 놀죠. 오후에는 아내랑 낮잠을 자고, 저녁이 되면 동네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갑니다. 밤새도록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지요”라고 말했다.

사업가는 그런 어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오래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돈을 벌면 더 큰 배를 사고 통조림 생산 공장과 배급망을 갖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인데. 성공한 후에는 어촌에 돌아가서 아침 일찍 일어나 물고기를 잡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내와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귀농이 주는 즐거움이 꼭 그렇다. 폴 돌런이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에서 이야기한 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사업가의 제안처럼 살고 싶어 농촌을 선택한 사람도 있다. 억대 농부가 꿈이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나는 그들의 꿈이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농부는 농부의 꿈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보통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노력하듯 행복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농촌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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