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풍수학 강사 최명옥 씨

사람들은 땅 위에 집을 짓고 살다가 죽으면 땅으로 돌아간다. 이에 우리 조상들은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 좋은 삶의 터전을 구하기 위해 비상한 관심을 뒀다.
그리고 좋은 터전을 지키는 일에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좋은 터를 마련하기 위한 조상들의 땅 찾기 관찰 경험을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정리한 풍수학에 근거해 명당을 찾는 일은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풍수학 강사인 최명옥 씨로부터 이 시대에 맞는 생활풍수 등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무리 좋은 명당도
좋은 일을 해야
발복과 행운 얻어

집에 조화를 두면
죽은 기운이 조성돼…
절대 놓지 말아야

‘풍수’는 동서양 옛사람들의
 명당 찾기 경험을 정리한 것

“요즘 사람들은 ‘풍수’라고 하면 고루한 옛사람의 허황하고 미신적인 논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풍수는 동서양 옛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좋은 삶의 터전을 찾아낸 경험을 체계적이고 학문적으로 축적해 정리한 것으로, 우리의 생활터전을 잡는데 아주 귀중한 지혜를 주고 있다고 봅니다.
‘풍수지리’(風水地理)의 사전적 의미는 바람과 물과 땅의 위치를 살피는 것입니다. 다양한 땅의 모양을 보고 그 성격을 파악해서 어떤 기운을 가졌는가를 찾아내는 지혜라고 말할 수 있죠.

사람들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 물과 바람을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집을 지을 땐 이런 풍수지리적인 입지조건을 갖춘 땅을 찾아 집을 지어야 합니다. 풍수지리란 결론적으로 좋은 땅을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땅이 좋은 것인가를 자연스레 터득한 생활의 지혜라고 봐야 할 겁니다.”
최명옥 씨는 풍수의 종류엔 양택(陽宅)풍수와 음택(陰宅)풍수 등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
양택풍수는 살아 있는 사람의 공간을 살피는 풍수로, 좋은 주거지, 공장, 상가, 종교시설 부지를 찾는 것이다. 음택풍수는 죽은 사람을 위한 공간인 묘터와 사당을 찾는 풍수다.

풍수를 보는 목적은 결국 좋은 땅을 찾는데 있다. 명당이란 쓰고자 하는 땅의 용도가 맞을 때 비로소 명당이 된다. 즉 사람이 그 땅을 사용하는데 적합할 때 명당이 된다. 이에 땅에는 사람이 들어갈 곳이 있고 들어가선 안 될 땅이 있다.
예를 들어 좋은 주거지에 고물상이 들어가면 명당이 될 수가 없다. 고물상의 명당은 인적이 드문 외진 땅이 명당이라고 그는 말했다.

산 사람의 집터는 전망 중요…
전경이 좋고 트여있어야

최명옥 씨는 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양택풍수와 망자(亡者) 대상의 음택풍수에서 모두 지켜야 할 생전사후(生前死後)의 풍수수칙을 꼭 따라야 한다며 그 수칙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산 사람이 살 집터는 앞모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경(前景)이 좋고 트여야 하며, 특히 길이 어떻게 흘러드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집터 뒤는 약간 흉하다 해도 사람은 앞을 보며 움직이고 살기 때문에 앞터를 중시해 집터를 택해야 한다고 했다.
음택풍수인 죽은 사람이 묻힐 묘터는 뒷산의 맥을 잘 살펴 써야 후손들이 발복(發福)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어 최명옥 씨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좋은 명당도 좋은 일을 해야 발복과 행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공인중개사 일을 하고 있는데, 15년 전 두 분의 고객을 대상으로 묘터를 소개했습니다. 여러 곳을 답사한 끝에 명당이 될 묘터를 구해줬지요. 이 묘터를 본 사람들 모두로부터 발복을 받을 좋은 묘터란 칭찬을 받았어요. 고객 한 분은 착한 사람으로 이웃과 잘 지내며 원만하고 순탄하게 지내온 덕인지 이 묘터를 쓴 뒤 자녀들이 크게 성공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다른 한 분은 공부는 많이 하신 분이지만 이웃과 잘 지내지 못했던 탓인지 명당에 들어가서도 끝내 발복을 못 받고 말더군요.”

집 지을 때 마당에 연못 금물
집을 지을 때 정원에 연못을 조성하는 이들이 있는데, 집 마당에는 연못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최명옥 씨는 강조했다.
풍수지리 수칙 중엔 ‘양래음수’(陽來陰水)라는 수칙이 있는데, 이를 따라야 한다고. 양은 밝은 기운인데, 음인 물의 기운에 달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주택 내 정원뿐만 아니라 공장 내 정원에도 연못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거듭 말했다.

전남 구례에 있는 고택인 운주루에 가보면 연못을 마당 안에 파놓지 않고 담장 밖에 만들어놨는데 운치가 있고 아름답다고 했다. 옛 사대부 집안의 어른들은 낮에 유학을 공부하고 밤엔 풍수지리를 공부했는데, 터득한 풍수지리 지혜는 자신의 집을 돌보는데 썼다고 한다.
이어 최명옥 씨는 옛 어른들이 실천한 유익한 생활풍수 몇 가지를 소개했다.

장독대 양지바른 좋은 곳에
솟대를 세우면 경건함 일어

충남 논산에 있는 윤증고택을 가보면 장독대를 양지바른 곳에 돌을 깔아 만들어놓고 담장을 해 마당과 구분해 놓았다. 장독대 자리 중에 좋은 곳에, 집에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솟대를 세워놓았다. 그 정갈하고 아름다운 광경과 경건한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축사는 가축이 번식해야 할 터인지라 사람이 사는 명당에 준하는 사육환경이 좋은 곳에 지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골짜기에 지은 축사는 그리 오래 가는 것을 좀체 보지 못했다고.

주택과 아파트는 여자가 화장을 하듯 잘 가꾸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택이든 아파트이든 고택에 걸린 당호(堂號) 간판처럼 나름의 운치를 지닌 당호를 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리고 현관 입구에 고운 소리를 내는 종을 걸어두면 맑은 기운을 받게 된다고 한다.

풍수인테리어 관점에서 보면, 현관은 외부손님이 드나드는 첫 관문이자 안주인의 인품을 가늠하는 장소이니 항상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야 하고, 현관 청소는 먼지가 일지 않도록 반드시 물걸레로 닦아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현관 내에 가시가 많은 선인장보다 둥근 잎 식물의 화분을 둬야 한다고. 다만, 조화를 두면 죽은 기운이 조성되므로 절대 놓아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추운 겨울인데 개나리나 장미 등 계절에 맞지 않는 조화를 두면 안 되고, 박제동물을 두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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