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이슈-경력단절, 결혼·출산 기피 부른다

▲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해 여성가족부에서는 각 지역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운영 중이다. / 팔달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제공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경력단절’이란 명암이 존재한다. 결혼과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 경력단절은 무서운 단어 중 하나다. 특히, 30대 여성 절반은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인한 퇴사 압박으로 일을 그만둔 경험이 허다하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결혼 등으로 경력단절 경험 有…44%에 달해
재취업까지 약 8.4년 걸려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어 지금의 남편과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어요. 그전에 회계 쪽으로 일을 한 경력이 있어서 결혼 후에도 취직이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생각이더라고요. 얼마 전에 어렵게 면접이 잡혔는데 ‘언제 출산할지 모르니 합격을 시켜줄 수 없다’고 말해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취업이 어려운데 아이를 낳으면 더 힘들까 봐 벌써부터 무서워요. (26세 여성)

#20대 시절부터 10여 년을 넘게 유치원 선생님으로 지냈어요. 아이를 늦게 낳아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 잠깐 휴직을 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쉬고 있네요. 오랜 경력 때문에 면접은 자주 잡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아요.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집에 있는 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하면 눈치를 줘서 사직서를 낸 적도 많아요. (40세 여성)


경력단절 관련 대책 미비
한국사회에서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임신을 하는 순간 퇴사 압박을 받으며, 경력단절을 감수하고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이처럼 20세 이상 기혼여성 중 결혼 전에 직장경험이 있는 여성은 928만9000명이지만 절반에 가까운 44% 이상이 결혼과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신생아 출산이 급감해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경력단절여성에 관한 정책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여성·출산력·아동 주거실태’ 자료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0·30대 여성 663만 명 중 미혼자 비율은 55.2%로 2010년보다 7.4% 높아졌다.

교육정도별 여성의 초혼연령은 대학 이상이 26.8세로 가장 높고, 고등학교가 24.4세, 중학교 이하가 21.7세로 학력이 높을수록 초혼 연령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정도가 대학 이상이고 30대인 여성의 초혼연령은 27.9세로 2010년 대비 1.0세 상승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2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저출산과 관련된 제13차 인구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원종욱 인구영향평가센터장(선임연구원)은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 요인 분석’을 통해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곧 혼인율 하락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혼자가 교육에 투자하는 기간을 줄여 혼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많은 스펙을 쌓아도 취업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고스펙을 오히려 취업의 걸림돌을 만들어버리는 것은 여성을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며, 이는 경력단절 여성을 더 많이 배출하는 근시안적인 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취업해도 저임금 받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연령대는 40~44세가 64.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35~39세(62.9%), 45~49세(59.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 전에 직장경험이 있는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이 58.5%로 가장 많고, 다음은 임신·출산(28.4%)과 양육(7.2%) 순이었다.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60~64세에서 71.2%로 가장 많이 경험했으며, 30~34세의 경우 42.9%로 가장 적게 경험했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30대(30~34세 47.6%, 35~39세 43.4%)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력단절여성이 재취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4년이며, 월급 또한 경력을 유지한 여성보다 27만 원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성들의 혼인기피현상은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다. 고등교육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늘었지만 이들이 결혼 후에도 일할 여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이다.

여성들에게 취업은 철옹성과도 같다. 특히나 결혼과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벌써부터 시작된 상사의 눈치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지 말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부정책 뿐 아니라 경력단절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육아휴직제도 등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문화 확산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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