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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복 받는 며느리■ 독자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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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0  13: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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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하고 효심 지극한
복스러운 베트남 며느리
요즘 보기 드문 내 며느리

   
▲ 설날 아침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며느리와 이은자씨(사진 왼쪽)의 다정한 모습.

새해아침 내가 일어나자 며느리가 안방으로 들어와 “어머니~ 잘 주무셨어요?”라면서 큰절을 하고 내 손을 꼭 잡는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하며 환히 웃는 예쁜 우리 며느리. 나도 덕담으로 “그래, 우리 새애기도 건강하고 아이들과 복 많이 받아라.” 하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며느리는 또 “어머니, 새해 첫날 여자는 남의 집에 안 가는 날이라면서요? 베트남 엄마가 그러셨어요. 어렸을 때 우리들이 나가려고 하면 밖에는 나가도 남의 집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어머니 내일 시장가시면 쌀과 소금을 사오세요. 새해에 쌀과 소금을 사면 만인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부자가 된대요. 베트남에서는 집에 쌀이 남아있어도 꼭 쌀과 소금을 사왔어요.”
‘쌀밥만 먹으면 배탈이 나도 물과 소금을 타서 마시면 배탈이 안 난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을 가르쳐 보내주신 사부인께 감사드리고, 우리 친정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내가 시집올 때, 시댁은 양반집이고 부잣집이며, 남편과 형님 둘만 산다고 들었다. 시집온 지 한 달 만에 인사간 집이 바로 계모시어머니였다. 남편이 세 살 때 친어머니가 산후풍으로 5남매를 두고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소아마비에 걸린 아가씨를 계모로 맞이해 남편을 길렀다고 한다. 새어머니는 딸 하나, 아들 삼형제를 낳았고, 다섯 식구가 논 다섯 마지기를 지으며 사는데, 10년 전 중풍으로 대소변은 물론 식사도 혼자 못해 옆에서 떠서 먹여드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세 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어도 새어머니가 본인을 길러주셨다며 내가 그 집으로 들어가서 여동생을 시집보내고 남동생 셋(10살, 12살, 14살)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막상 가보니 큰집에서 쌀 한 되박을 주지 않아 쌀도 보리쌀도 없었다. 1965년 당시 4월 말쯤이면 면사무소에서 조선밀쌀 1가마니를 받아 여덟 식구가 양도 못 차게 먹던 시절인데, 손위 시누이가 딸을 업고 와서 밀쌀밥을 보더니 나에게 눈을 흘긴다.

시누이는 “보리밥도 아니고 밀쌀밥이냐!”며 숟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미안해했다. 시어머니가 변을 싸면 시누형님은 “죽어버려”라며 큰소리쳤고, 그리고 나서 시누이가 나가면 어머니는 미안하다며 울먹이셨다.
“어머니, 제가 종이를 잘못 대서 헛군데로 흘린 거예요.”하고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보면 어머니는 “그래”하시며 웃으시다 이내 눈물을 보이셨고, 나는 매번 눈물을 닦아드렸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덕담으로 “복 받을 거야” 하셨다.

시댁에서는 웃는 얼굴이었지만, 친정에 가서 결국 터져버렸다. “고르고 골라 그런 집에 시집보냈어요!”라며 어머니께 화를 내며 울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사람들 원망과 화는 화를 쌓는 것이며 웃음과 인내심은 복을 쌓는 것이니, 초년고생을 한탄하지 마라. 말년에는 득할께다.” 하시며 복 받을 거라 하셨다. 나는 그 후 화를 내본 적이 없었다.

시어머니는 계모라는 티를 내지 않고 5년 후인 1967년에 돌아가셨다. 딸 둘, 아들 하나 낳아 잘 키워 딸 둘은 교육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들을 시골집으로 불러내렸다. 복을 받았는지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가 한국말은 물론 한국어능력시험에도 2위를, 한국기타시험에도 2위을 차지했고, 한국 국경일을 뜻을 따라 외우기까지 했다. 효심도 지극하고 남을 배려하고 예쁜 말로 인사하는 예의범절까지 갖췄다.

보는 사람들마다 요즘 보기 드문 며느리라며 복 받을 거라고 칭찬을 해 주신다. 그래서 공짜는 없단 말이 실감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지난해 축 처졌던 어깨를 정유년에는 닭과 같이 툭툭 털고 온 가족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충남 부여 이은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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