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기획 -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충남 태안 다솜농원 한상우·이은옥 씨 부부의 난(蘭) 이야기

20년째 난 재배…조직배양으로 건전묘 생산
농촌교육농장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농심 전파
돈보다는 밝은 미래 꿈꾸는 ‘행복 바이러스’

▲ 다솜농원 한상우·이은옥 씨 부부가 난 재배온실에서 환한 미소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야트막한 구릉에 성인 키보다 조금 더 큼직한 소나무들이 빽빽이 심겨 있고 그 소나무 사이로 온실과 가정집이 빼꼼 드러나 보인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송암리에서 조직배양 난(蘭)을 재배하고 체험 교육농장을 운영하며 희망을 가꿔가는 한상우(56)·이은옥(56) 씨 부부는 소득만이 행복의 절대가치가 아님을 환한 미소로 보여주고 있다. 긍정의 마인드로 우리 농업농촌에 해피바이러스가 되고픈 부부의 신명난 시골생활 얘기를 들어본다.

“학생 때부터 농부가 꿈”
어려서부터 부모의 농사를 지켜보며 자란 한상우 씨는 자연스럽게 농사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학시절에도 그는 가방에 늘 농업관련 서적 몇 권씩을 넣고 다녔을 정도로 농사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고.
고등학교 졸업 후 미팅을 통해 지금의 아내(이은옥 씨)를 만나 대학교 4학년 때 결혼하고, 졸업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왔다.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부모님을 도와야 했고, 그러면서 농사를 시작했다. 3년 후 분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생강, 고추, 고구마 등 밭농사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안개꽃, 국화 등 화훼농사로 전환했고 이어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난을 20년째 재배해오고 있다.

그는 1,320㎡(400평)의 온실에서 교배종인 동양 심비디움와 동양란을 주로 재배하고 있으며, 건전한 난의 안정적인 공급을 직접 조직배양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 트렌드의 변화에 맞춰 대형 난보다 미니종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그는 재배 물량이 많이 모자라 다른 곳에서 조달하기도 한다고 한다.
국내 동양란 조직배양 분야는 전문가를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직 척박한 연구환경이지만 5년째 난 조직배양을 해오고 있는 한상우 씨는 이 분야를 다솜농원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조직배양 기술이야 말로 농업에 관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물려줄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 집안 방 한칸을 조직배양실로 꾸며 놓은 한상우 씨(사진 왼쪽)와 부인 이은옥 씨의 취미생활이자 힐링 아이템인 꽃차.

“동양란 조직배양으로 승부수”
“20년째 난 농사를 짓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버는 대로 투자를 했습니다. 양란이 지금껏 먹여살려왔죠. 하지만 이제는 동양란 재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동양란 조직배양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맘처럼 쉽게 되지는 않네요. 기술이 있는 전문가가 쉽사리 그 기술을 공개하려 하지 않죠. 그래도 끈기 있게 부딪쳐 볼 생각입니다.”

한상우 씨는 지금의 추세라면 5년 뒤 동양란이 돈 되는 작목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영국 귀족이 좋아했다는 파피오 품종도 직접 조직배양을 통해 생산하고 있는데, 이 품종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는 순소득이 한 사람 연봉에 불과하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도 30% 줄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부부는 2009년 농업기술센터의 권유로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며,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우리 농업의 소중함과 희망을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체험소득도 올리며 희망농업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다.

부인 이은옥 씨는 취미로 갖가지 꽃차를 직접 만들며 힐링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농장을 찾는 이들에게 은은한 꽃차의 매력을 소개하기도 한다.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기어코 이뤄내는 끈기가 있어요. 고집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꿈을 이루며 지금의 자리까지 왔죠. 때론 옆에서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셈에 밝지 못한데, 그것도 본인이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랬던 거죠. 그래서 저도 믿고 따르고 있고요.”

“자연미 넘치는 정원 갖는 게 꿈”
“농촌에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농사로도 억대부자가 될 수 있어요.”
한상우 씨는 힘줘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신념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체험교육 차 방문해서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 농업의 가능성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꿈을 심어주는 게 농부의 책무라고 생각해서다.

교육농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농업이 매우 가치 있는 일임을 알려주고, 또 그들 중 한 명이라도 나중에 커서 농업후계자로 활동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너른 정원(7000평)에는 소나무 약 900주가 자라고 있다. 농사를 시작하던 초기에 미래를 보고 투자한 소나무 씨앗이 27년이 지나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자랐다.

인공적인 것보다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정원을 갖는 게 꿈이라는 한상우 씨. 그의 신명난 농업은 돈이 아닌 꿈과 희망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한상우·이은옥 씨 부부는 하루하루를 밝은 미소에 투자하며 그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 미니 인터뷰 - 태안군농업기술센터 이중한 귀농귀촌팀장

“농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맘이 각별하죠”

농업관과 열정 투철…
조직배양으로 생산비 절감
교육농장 통해 농심 전파

한상우 씨는 워낙 조직배양에 관심이 높아 인근대학과 농업기술센터 조직배양실에서 조직배양 기술을 배우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직배양을 통해 직접 묘를 생산하고 있다. 조직배양으로 직접 묘를 생산하니 생산비가 줄어들고 우수한 묘를 생산할 수 있어 농가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교육프로그램과 농촌체험 활동을 통해 6차산업으로의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다솜농장은 난 농장을 운영하며 소나무에도 관심이 많아 27년 전 소나무를 씨앗부터 파종해 조경수로 가꾸고 있는 농장인데, 식물을 가꾸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농업의 중요성을 학생들의 체험활동으로 연계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 교육농장으로 선정하게 됐다.
또한, 교육농장 교사양성교육과정을 기초부터 심화까지 이수해 교육농장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췄으며, 교육농장의 교육주제를 사군자로 설정하고 각 학년별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직배양연구실에서의 활동은 아이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며, 조직배양을 하는 과정을 실습해 봄으로써 조직배양의 원리, 조직배양의 방법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난을 직접 심고 가꾸는 교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식물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상우·이은옥 씨 부부는 앞으로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치유농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싶은 포부도 갖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도 다솜농장의 발전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 농장의 안전성 확보, 시설개선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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