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충남 청양군 목면 작은 목욕탕

▲ 작은 목욕탕에서 이웃들 간의 정을 쌓고 있는 목면 주민들.

대중목욕탕과 찜질방이 많은 도시와 달리 농촌에는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그나마 몇몇 되던 목욕탕도 점점 줄어드는 농촌인구에 폐업을 면치 못한다. 때문에 농촌주민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혹은 택시를 이용해 30분 이상 걸리는 시내의 목욕탕을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목욕탕이 농촌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설 대목을 앞둔 어느 날 충남 청양군 목면에 위치한 작은 목욕탕을 찾았다.

“시내 나가는 불편 덜고 비용도 저렴”
목욕탕 운영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

규모는 작지만 마음은 커요~
“이 정도는 많이 오는 것도 아니여. 많이 오면 50명도 넘을 때가 많아~”
이른 아침 새벽잠에서 깬 할머니들이 작은 목욕탕을 찾았다. 삼삼오오 모인 할머니들의 입에서는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인구가 적고 교통이 불편해 만나기 어려워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어려울 법한데 목욕탕 덕분에 서로 집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꿰뚫고 있단다.

작은 목욕탕은 2014년 농촌고령자 공동시설지원 시범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사업으로 목면의 작은 목욕탕은 2015년 7월 국비 1억 원 포함 총 2억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128.5㎡(38평)의 면적으로 준공됐다. 현재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등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작은 목욕탕과 함께 작은 도서관, 작은 영화관 등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전북 고창군은 현재 작은 목욕탕 10개소를 운영 중이다. 이에 고창군청의 사업담당자인 이선애 씨는 “시내로 나가는 불편함이 줄어든 덕분에 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10호점까지 개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선애 담당자는 “작은 목욕탕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치유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목욕에 일자리까지 ‘일석이조’
청양군은 농촌노인 일자리 창출차원에서 작은 목욕탕에 남성 두 명과 여성 두 명 총 4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1년여 동안 일한 김지순 씨와 김영순 씨는 새벽같이 나오는 할머니들이 깨끗한 곳에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 나와 목욕탕 청소를 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목욕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든다고.

“이 목욕탕이 생기기 전에는 아무래도 혼자 집에서 목욕하느라 때도 못 밀고 대충 대충하는 어르신들이 많았죠. 하지만 이곳에 오면 저희가 딸처럼 도와드리니 할머니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 설 대목을 앞두고 목욕탕을 방문한 주민들.

돈독해지는 이웃 간의 정
목면 주민들은 작은 목욕탕이 생기기 전에는 정산면 위치한 목욕탕을 찾았지만 농촌 인구가 줄어 폐업하면서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야 했다.

“농촌에서 시내로 나가는 것도 어려운데 그 비용은 더 어마어마했지, 교통비에 목욕비에 점심까지 먹고 오면 1만 원은 훌쩍 넘었다니까. 그래서 쉽게 갈 수가 없었어.”

목욕을 마치고 나온 김재옥 할머니는 “매일 시내로 목욕을 하러 나갔는데, 이제 10분이면 목욕탕에 올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 남편이랑 나랑 번갈아 오면서 서로 수건도 챙겨주고 부부 사이의 정도 좋아지고 있어”라며 작은 목욕탕을 극찬했다.

또한 일반 목욕탕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목면 작은 목욕탕은 이용료가 2500원인데 1년에 4번씩 이·미용권도 군에서 제공하고 있다. 관내 모든 미용실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머리 손질을 자주 하지 않는 할머니들은 목욕탕 내에 만들어진 2500원 목욕이용권 2개와 이·미용권을 교환해 사용한다.

고창군의 작은 목욕탕은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에게는 무료이며 노인과 미취학 아동은 1000원, 일반 시민들은 2000원의 요금을 받는다.

이선애 씨는 “저렴한 요금에 수익금만으로는 운영하기 힘들어 군이 운영비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작은 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예산을 확보해 지원을 아끼질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후화된 건물과 시설을 계속해서 관리해 작은 목욕탕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농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니인터뷰 - 청양군 목면 지곡보건진료소 복상교 운영협의회장

▲ 복상교 회장.

“주민 위한 복지 실현하고파”

2014년, 한 신문을 보고 작은 목욕탕 사업에 관심을 가진 복상교 협의회장은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청양군청의 문을 두드렸다.

“항상 농촌 사람들이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다녔는데 신문을 보니까 딱 우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이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군수님을 찾아뵙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오래전 농촌진흥청 사업으로 건강관리실을 운영해 모은 돈으로 복 회장은 37평의 부지를 매입했고 그곳에 작은 목욕탕을 건설해 1년째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작은 목욕탕을 운영에도 힘든 부분이 있다고 복 회장은 말했다.

“목욕탕을 매일매일 운영하고 싶어도 전기세를 충당하기가 힘들어 일요일에 두 번씩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청에서 지원해주는 금액과 수익금을 사용하면 전기세를 낼 수는 있지만 그 외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는 무리가 있죠.”

이에 복 회장은 전기세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작은 목욕탕 운영비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청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을 설치하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주민들이 좋아해줄 때면 저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져요. 때문에 사업이 시작됐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하나라도 더 해주기 위해 총무와 함께 열심히 일하고 또 더 열심히 뛰어다닐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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