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진단

▲ 김영란법 시행이 경기하락과 겹쳐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쳐 애꿎은 화훼와 과수농가를 파산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영란법…명절 미풍양속마저 단절시켜

설날·추석 등 명절에는 김영란법 적용을 예외로 하자는 농업계 요구가 비등하는 분위기다.
이에, 긴급히 충남 천안·경기 안성·경기 과천 지역의 화훼농가와 과수농가를 찾아 설날 판매현황을 살펴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년에 비해 30~70%까지 판매량이 급전직하해 신음하는 농가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한다.[편집자주]

“농가 포장비·운임·수수료도 안 나오는데…”

김영란법 시행 후 공무원들 몸사리는 게 농민들에게 가장 큰 타격

“설날 지나 대책 나오면 사후약방문”

배 판매가 작년대비 70~80%가 줄었다. 설날을 앞두고  택배주문이 쏟아져 들어와야 하는데 주문이 없어 작업을 못하고 손을 놓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해 이맘때는 택배발송을 위해 밤샘작업을 했었다.

김영란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농가는 그동안 제품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고가에 농산물을 팔던 우리 같은 검증된 농가들이다.
가격은 5만 원이라는 한도 내로 맞춰 달라고 해서 절반 이하로 반토막이 났는데, 이 마저도 주문이 뚝 끊겼다. 그동안 기울였던 고품질 농산물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모두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고가출하는 이제 엄두도 못내고 포장규모를 소포장으로 바꿨음에도 선물수요 자체가 줄어들어 돈이 안 되는 상황이다.

최근 농산물에 대해 김영란법의 일시적인 예외 등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 결론을 못내고 설날을 그냥 지나게 생겼다. 일년에 가장 큰 수요가 뒷받침되는 설날과 추석을 지난 후에 선거기간에 대책이 나오는 것은 절망에 빠진 농가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사후약방문 일 뿐이다. 올해 과일은 특히 지난해 여름철 기온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저장성에서도 최악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농가의 몫이다. 이를 반영하듯, 과일들이 낮은 가격에도 홍수출하 되고 있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홍성현. 안성평화농장 대표)    

 

화훼업자들...“정말 환장하겠다” 이구동성
시행전에 비해 매출 30%가 줄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이 가장 몸을 사리는 것 같다. 대기업과 은행권 등은 받아 주는데 관공서에서는 선물 금액이 5만 원 이내인데도 아예 받아주질 않는다. 그 결과, 화훼농가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동우회 등 사회단체에서 꽃들을 주고 받으니 그나마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지 경기침체와 함께 김영란법이 맞물려 버리니 돈을 써야 할 사람들마저 쓸 돈도 안 쓰는 악순환 속에 내몰리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선의의 고마움을 나누는 우리의 미풍양속마저 ‘김영란법’이라는 잣대로 규격화 되고 그 틀 속에서 칼질을 하니 문제다.
화훼시장은 매년 12~3월까지 특수철인데 전혀 매기가 살아나지 않으니 화훼업자들은 한 두사람만 모이면 “정말이지 환장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지경이다.(윤태영. 과천 화훼 도매상)

“설 명절에 농산물 주고받기 캠페인을 펴는 게 맞는데…”

설날을 앞두고 배 값이 폭락하고 있다. 안성과수조합 입장에서는 매출이 20~ 30% 줄었다. 조합 입장에서 20~30% 줄었다는 의미는 농가가 체감하는 순수익 차원에서는 50% 이상 준 것으로 느낄 수 있다.
농가 경영비 차원에서는 조수익이 20~30% 준 것은 곧 수익이 반타작 난 것과 같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비 외에 포장비·운임·수수료 등이 안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와 같은 과일가격 폭락원인은 경기불황, 대통령 탄핵 등 사회적 영향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 등과 맞물려 매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의 60%를 점령해 국산 과일을 구매해 달라고 해도 호소력이 떨어지고 있다.
당초, 김영란법은 공무원에 국한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까지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홍보가 제대로 안된 것도 소비둔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선물 규모도 5만 원까지 한정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유권해석 자체를 애매모호하게 함으로써 일반인들의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의 싹마저 자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말자는 말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해관계와 관련되지 않는 사이에도 무조건 선물을 거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안성과수농협에서도 조합 홍보차원에서 선물을 준비해 받을 분들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농촌 현실을 감안한다면, 설날과 추석 등 민속명절을 전후해서는 우리 농산물 주고받기 캠페인을 벌여야 마땅한 상황이다. 김영란법에서 농산물은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홍상의. 안성과수농협조합장)

“난(蘭) 생산농가 70% 이미 문닫아”

김영란법 자체가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농업인들 입장에서는 농업농촌을 말살시키는 법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김영란법 시행되기 전 1년간을 유예기간으로 두었을 때는 농업인들 90%는 막연하게 우려만 했지 이런 최악의 상황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막상 시행이 되고 난 다음부터 직접적인 타격에 신음을 하고 있다. 화훼농가 입장에서는 9월이면 학교 교장 인사이동이 있고, 농협과 은행권의 승진시기라서 이때부터 봄까지 화분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기본적인 수요 자체가 아예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농사를 짓는 농가들 70%가 빚 때문에 이미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는 소매상 중에서도 강남에서 생화만을 판매하는 분도 일년 전에는 하루 150개 정도의 화환을 판매했는데 이제 30개도 판매하지 못해 가게세도 벌지 못하는 지경에 몰리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꽃 판매를 위해 구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4천만 원을 빌렸는데, 단 10일만에 이 피같은 돈이 날아가더라고 말을 하더라.

천안 두정동에서 작은 화원을 하는 소매상들도 마찬가지다. 화원 10~15평 임대료가 대부분 보증금 3000만~5000만 원에 월 80만~120만 원 정도다. 언뜻 보기에는 임대료가 얼마 안돼 보이지만, 막상 월세를 내고 난 다음에 생계까지 꾸려 나가려면 한달에 500만원 이상은 벌어야 하는데 소비가 묶여 있으니 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고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우스에서 키운 우리 난꽃들도 어렵게 키워 경매시장에 내 놓으면 제값을 받기는커녕 유찰되기 일쑤다. 농업인들이 김영란법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안난꽃농원 최종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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