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년특집 -주부의 마음을 읽어라 직거래 유통 ‘우먼파워’

‘엄마’라는 두글자 = 안전한 식재료 제공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 유통구조 대책이 마련되면서 로컬푸드, 온라인, 바로장터, 꾸러미사업 등 직거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여성농업인이 주축이 돼 우리밥상을 우리지역 먹거리로 지켜 나가는 형태의 직매장, 꾸러미, 학교급식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여성농업인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만큼 같은 눈높이에서 섬세한 손놀림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 상품화에 성공해 직거래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살림 9단의 노하우를 살려 직매장의 신선한 국산 농산물로 반찬 등 가공품을 판매하며 농촌과 도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에 연말을 맞아 주부의 마음을 읽어 내며 직거래 유통의 핵심을 짚어낸 여성농업인을 만나봤다.

◆ 지역순환경제사업단 윤계자 대표

생산자이기에 앞서 소비자의 심정으로

차별화된 체크 포인트
“꾸러미 사업은 진주 지역만의 독창적인 사업이 아닙니다. 기존의 꾸러미들과 금액, 박스 크기, 제철 식자재 등을 비롯해 구성품 색깔까지도 고려한 5가지 체크 포인트로 차별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경남 진주의 청정농산물을 판매하는 ‘엄마텃밭꾸러미’는 지역순환경제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청정지역인 진주시 대평면을 중심으로 60농가가 생산자로 참여하고 있고 120여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이 사업단의 윤계자 대표는 제철 농산물을 엄선해 가정으로 배송하는 꾸러미 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바로 주부의 마음을 잘 아는 여성이었기에, 생산자이기 전에 소비자의 마음으로 상품을 구성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엄마라는 명칭=주부의 입장
2012년 시작한 ‘엄마텃밭꾸러미’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엄마’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주부의 입장에서 제품을 구성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최근 가구 수의 변화에도 초점을 맞춰 상품이 구성됐다. 3~4인 가구를 겨냥해 10~12개 품목으로 구성된 큰 꾸러미와 1~2인 가구에 타깃을 둔 작은 꾸러미, 그리고 각 품목별 소포장 꾸러미 가운데 소비자가 직접 선택한 맞춤형꾸러미 등 3가지로 구성했다.
“가구원 숫자에 맞춰 1주일에 소비할 수 있는 적정량을 담아서 음식물 쓰레기부담도 최대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윤 대표는 이렇듯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생산자 중심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소통하며 거래할 수 있는 상생 시스템을 마련했다.
 

세심한 편지 한통, 소비자 감동으로
이곳의 제철 꾸러미는 꾸러미를 발송할 때 편지가 함께 송부된다.
꾸러미 편지에는 그 주에 판매되는 농산물의 효능과 특징이 소개되고 생산자 이력과 행사 등 각종 소식도 담겨진다. 뿐만 아니라 생산농가의 전화번호 등을 기재해 신뢰도를 높이고 추가 구매가 필요한 소비자들이 전화로 직접 주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제철 농산물로 맛있게 요리할수 있는 조리법을 제공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의 꾸러미사업은 단순한 직거래 유통에 있어 하나의 경로를 뛰어넘어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윤 대표는 밝혔다.

꾸러미에 이어 직거래 장터
지역순환경제사업단은 2015년부터 꾸러미농가가 참여한 직거래 장터를 정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봄, 가을 7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관리단 노을공원 내에서는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주말이면 내방객이 400~900명 정도 몰리는 휴식공원이었다. 이에 윤 대표는 남강댐 인근 농가들의 소득 창출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에 직거래 장터를 열수 있도록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 준 것이다.

직거래 장터는 1차농산물 위주로 판매되며 장류, 절임류 등 단순 가공제품도 함께 판매된다. 특히 장터에서 천연염색, 김장체험, 우리밀 컵케이크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어머니는 장을 보고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통해 농업·농촌 그리고 우리농산물의 소중함을 몸소 익히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90% 이상이 여성농업인들이 장터에 나옵니다. 이들은 주부들에게 조리방법을 설명하며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정을 나누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구나’라는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찾는 이도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 일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박현숙 상무

정직한 농산물 착한 반찬으로
재탄생한 ‘행복찬방’

최근에는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 1차 농산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농가 레스토랑을 병설, 운영하는 한편 당일 판매되지 않은 제철농산물을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향토 음식 문화와 향토 농산물 전파 보존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한 곳 있다. 바로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의 반찬가게인 ‘행복찬방’이다. 일산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가공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반찬코너, 즉석두부코너, 마실거리 코너가 직매장 안에 별도로 운영된다. 정직한 농산물이 착한 반찬 등 가공품으로 재탄생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게 끔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성과 건강, 두 마리 토끼
‘행복찬방’은 반찬가게의 편의성과 로컬푸드의 건강, 즉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직매장 한 켠에 산뜻하게 자리잡은 ‘행복찬방’에는 매일같이 건강하고 안전한 로컬푸드 매장의 식재료로 만든 다양한 반찬들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직매장을 찾은 고객이라면 한 번쯤 기웃거리죠. 각종 전, 잡채, 절임류와 장아찌 등 50여 가지의 다양한 반찬은 간이 적당하고 자극적인 맛이 없다보니 아이들의 입맛에도 제격입니다. 여기에 국내산 식재료만 사용하니 믿음이 가지요.”

일산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박현숙 상무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가공식품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행복찬방’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주부 37명으로 구성된 일산농협 행복봉사단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한 지역농산물로 제철 반찬, 편의성 반찬 등을 만들어 소비자를 공략하며 로컬푸드 직매장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한 것이다. 특히 2015년 2월에는 행복봉사단 주부들이 조금씩 자금을 출자해 행복찬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효소로 맛을 낸 정갈한 반찬
이곳에서 판매하는 반찬은 엄마라는 이미지를 내걸었듯 화학조미료 대신 매실, 토마토, 양파 등으로 담근 효소를 이용해 맛을 낸다. 천염조미료에 정성을 담은 셈이다. 또 단맛을 내는 조청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20여년 이상 살림해 온 주부의 노하우가 건강한 반찬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행복찬방에서 선보이는 반찬들은 로컬푸드 매장에서 구매한 싱싱하고 안전한 식재료다. 고춧가루, 참기름 등의 양념 역시 최고급 국산 제품만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 진 각종 김치와 볶음, 장조림 등의 다양한 반찬들이 요일마다 품목을 달리해 선보이고 있다.
회원 중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이도 있고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있다. 또 전통식품 교육을 수료해 보다 정갈하면서도 토속적인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농가와 소외계층 지원
“10여 년 전부터 바자회 등을 열어 수익금으로 장학금을 지급해 왔죠. 반찬가게를 운영해 수익금이 많아지면 더 많은 학생에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습니다.”
행복찬방협동조합 김진의 이사장은 행복찬방은 지역 농가와 소외 계층을 위해 주부들이 의기투합해 탄생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녀는 행복찬방은 장사꾼임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매장 입구에 생과일 쥬스를 주 메뉴로 한 ‘마실거리’ 카페도 운영하고 있죠. 행정자치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고양시 푸드뱅크와 협약해 일주일에 한번 독거노인과 어려운 이웃에게 반찬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매일 조리장과 부조리장을 중심으로 8명씩 한 팀을 이뤄 돌아가며 반찬을 만든다. 일산농협은 로컬푸드의 6차산업 활성화 계획에 따라 회원들의 교육부터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조리장과 전처리실을 무상으로 임대해 지원하고 있다. 맛을 본 고객들이 다시 찾을 때마다 뿌듯하다는 이들은 매출을 많이 올려 많은 학생들에게 행복 장학금이 지급되기길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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