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한국농어촌공사 이사

▲ 김인숙 한국농어촌공사 이사

공동체의식 형성으로
자생력·희망 등 긍정적 변화
농촌주민 삶의 질 개선

시장개방 등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을 시작한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사업을 통해 농어촌에 투입된 예산이 수십조 원에 이르지만 많은 이들이 투입된 비용 대비 효과가 미진하다고들 말하고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그동안 정부나 관계 기관에서는 농어촌에 불필요한 돈을 쏟아 부은 것일까?

일반적으로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의 평가는 주민들에 대한 설문조사, 주민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농촌체험 방문객수 등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농어업·농어촌분야에서 현재까지 사용해 온 일반적인 사업평가 잣대를 바꿔야 한다. 즉,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의 시행목적에 맞는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은 지역만이 갖고 있는 전통·역사·문화·자연·인문·인적자원들을 발굴하고 개발·고양·계승·발전시켜 지역을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도농교류와 귀농귀촌 등을 통해 인구를 유지함으로써 농촌지역을 하나의 사회로서 지속가능하게 유지토록 한다.
사라져가는 전통역사와 문화자원을 발굴해 농촌관광이나 축제의 테마로 삼아 계승·발전시킴과 동시에 도시민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라져 가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시키는 것의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농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었다. 하지만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부터는 정부의 사업을 자기마을에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합심해 성과를 거두며 이제는 정책사업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호응하게 됐다.

또한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컨설팅회사, 건축회사, 토목회사, 조경회사, 교육회사, 디자인회사, 소프트웨어회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고, 농어촌개발 컨설턴트, 농촌마을 사무장, 농어촌퍼실리테이터 등의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났다.
이러한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은 FTA 등 어려운 난관에서도 주민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고 희망을 갖게 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우리 농어촌 지역은 다양한 마을가꾸기를 통해 깨끗하고 아름답게 변화하고 있으며, 소득증대로 인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읽은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은퇴자들 보다 젊은이의 도전이 늘어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농어촌주민들은 지역개발사업의 추진과 도농교류, 귀농귀촌인들과의 자연스러운 생활을 통해 주민의식이 크게 향상돼 문화시민으로서 손색이 없으며, 결국 우리나라 국민의식이 크게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시행해 온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을 기반으로 생겨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비가시적인 것으로서 계량화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계량화해 돈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투입된 비용 대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부터라도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에서는 농어촌지역개발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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