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유통 가공품업계 현장목소리

▲ 인삼선물세트를 찾는 손님이 줄면서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선물하지 않는 분위기 탓…시장 꽁꽁 얼어 붙어

얼마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 후 선물 수요 위축에 따른 농림축산품 생산액이 선물 전체 수요가 위축되는 경우 8193억〜9569억 원(생산액의 9.3〜10.8%), 5만 원 이상 수요가 위축되는 경우는 7456억〜8362억 원(생산액의 8.4〜9.5%)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인삼·인삼가공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강보조식품이라 선물용으로 많이 애용돼왔으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 상한선이 5만 원으로 제한되면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경북 영주 풍기인삼시장에서 15년 넘게 인삼을 판매하고 있는 A씨는 매출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예전에는 명절이 아니어도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는 회사, 병원, 관공서 등에서 상사나 후배에게 선물하려고 수삼세트 주문이 많이 들어왔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아예 선물 자체를 안하는지 인맥으로 연락왔었던 지인들에게 조차 선물세트 구입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숨지었다.

A씨는 선물용 구매보다 본인의 건강 때문에 인삼을 구입하려 이곳을 찾는 개인소비형 손님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어필하며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풍기인삼시장상인들은 인삼특작팀이 따로 구성돼있는 영주시와 함께 ‘풍기인삼 활성화 방안에 관한 시장과의 토론회’ 등에 참여하며 인삼 판로를 다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풍기인삼축제와 ‘2019풍기세계인삼엑스포’ 개최를 논의하는 등 풍기인삼을 살리기 위해 애쓰며 더 나아질 인삼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충남 금산인삼도매시장에서 20년 넘게 인삼판매를 하고 있는 B씨도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채에 다른 곳보다 3000~4000원 정도 싸니까 예전에는 선물용 상자에 가지런히 포장해서 한번에 10채 이상씩은 주문해서 사갔다”며 “지역주민보다 타지역 사람들이 와서 더 많이 사갔는데 요즘은 타지역이고 지역주민이고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 자체가 줄었다”고 한탄했다.

금산인삼시장 근처에서 인삼관련 제품 일체를 팔고 있는 상가 주인 C씨도 인삼시장의 불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20년 넘게 여기서 살면서 인삼덕분에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서너명 손님 맞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몇년 전부터 경기 침체로 기호식품인 인삼을 찾는 이가 줄더니 최근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예전에는 명절을 대목으로 여기고 기다렸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져 어렵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 한 인삼가공업체에서는 홈페이지에 김영란법 상품을 따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 다양한 인삼가공품

C씨는 선물용으로 판매하던 5~6년근 인삼의 판로가 막혔으니 개인소비가 살아날 수 있도록 인삼·인삼가공품에 대한 연구와 홍보를 국가차원에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국산농작물이 있음에도 퀴노아나 렌틸콩과 같은 수입농산물이 건강에 좋다고 매스컴에 자꾸 노출시켜 수입농산물 소비를 부추기지 말고 국내산 농산물을 더 알리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 아니냐”며 “김영란법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축산물을 잘 조사해서 하루빨리 가시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파주인삼농협의 관계자는 “김영란법 이후 30%정도 매출이 하락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5만 원 이상이던 선물용 제품들의 하락세가 뚜렷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영란법에서 농특산물은 제외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와 어수선한 시국이 맞물려 더욱 맥을 못추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을 이었다. “이러다가 싸구려 중국삼이 국내산 인삼가공품으로 둔갑해 유통될 경우 가격과 이미지에 미칠 타격 또한 크다”며 “우리 인삼을 지키기 위해 김영란법에 대한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포파주인삼농협은 타개책으로 5만 원 이하 선물세트를 개발하려 노력 중이다. 기존의 액상 차 형태를 업그레이드시켜 사포닌성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제품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삼가공벤처기업인 한 업체도 가족용 선물이나 본인의 건강을 위해 먹는 고객 이외에 선물을 위한 구입이 줄면서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말한다. 이 업체는 기획상품, 저가상품 등을 수시로 내놓으며 중소기업으로 할 수 있는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 5만 원 이하의 김영란법 상품만을 따로 마련해 고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상품구입을 독려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농식품부장관상을 여러 번 받을 정도로 인삼농가에도 공헌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5만 원 이상 선물제품 판매가 주를 이뤘던 인삼가공업체들의 매출하락은 곧 인삼시장과 인삼농가 전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을 꺼냈다.

또한 그는 “인삼농가와 인삼시장의 활성화로 질 좋은 인삼이 많이 나와야 인삼가공품의 질도 좋아져 내수시장도 성장하고 수출도 더 활발해지지 않겠나”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당장 매출 하락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부패척결을 위해선 당연히 시행돼야 할 김영란법. 하지만 그 여파로 피해를 보는 농민의 시름과 내수경제 위축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국회가 빨리 법을 보완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부패척결도 하기 전에 우리농민들을 까맣게 태워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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