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농담(農談)<28>

최근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이 활발하다. 이들 중에는 성공적인 농촌정착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이도 있고,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도 있다. 본지는 재밌는 한상덕 씨의 생생한 귀촌일기 연재를 통해 후배 귀농귀촌인들의 시행착오를 덜어줄 지름길을 알려주고자 한다.

“다른 사람이 먹는 채소에는 농약을 사용하지만 내가 먹을 채소에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라는 사람과 “요즘 농약은 사흘만 지나면 약효가 떨어져, 괜찮아”라는 사람 중 소비자에겐 누가 더 해로울까.
내 경험에 의하면 후자가 더 해롭다. 전자는 양심만 일깨우면 되지만 후자는 양심과 무지 둘 다를 깨우쳐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지는 저 스스로 무지하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쉽게 깨우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약’이라는 이름이 그럴듯해 농약을 사용했더니 고라니도 배추를 뜯어먹지 않는다. 해충은 물론이고 땅속에 있던 개미도 사라지고 지렁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배추 속이 꽉 차고 초록이 짙고 겉보기엔 최고의 상품처럼 보인다.
우리 집 뒷산에는 ‘도토리는 다람쥐의 겨울철 먹이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래선지 작년 이맘때만 해도 도토리묵이 흔했었는데 올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듯 다람쥐도 도토리 여유분을 땅 속에 감추어둔다. 그리고 다람쥐가 못 찾은 씨앗은 다음 해 싹이 터서 종족보존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설치류인 다람쥐는 이빨이 잘 자라기 때문에 어린 나무를 갉아 먹어 이빨을 마모시켜야한다. 덕분에 어린 나무는 죽게 되고 불필요한 나무를 제거하게 된다. 나무 사이의 생육공간을 넓히고 생장을 촉진시켜 우량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최순실과 공범...헌정 첫 피의자 대통령’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도 국가 진화를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희망적 메시지들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보여주는 평화시위가 그러하고 전국적으로 하나 된 목소리들이 있어서다. 정치권만 끼어들면 특정 지역에 따라 갈라지던 민심이 정치권 덕분(?)에 ‘국민통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알은 종자를 덮고 있는 과육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만지면 피부가 가렵기 때문에 다른 동물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만이 은행알을 먹으며 다른 곳에 종자를 퍼트려 준다. 산속에선 잘 보이지 않는 은행나무가 인간이 사는 곳에선 쉽게 보이는 이유다.
인간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알을 귀하게 여길 만큼 영리하다. 영리함은 무지에서 벗어날 때만 가능한 행위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 몇몇 인간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조차 갖추지 못한 걸로 보인다. 악행이 나쁜 줄조차 모르는 무지한 인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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