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배 시장, 돌파구를 찾아라

▲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지난 9월22~23일 도매시장 경매사와 생산자,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나주 배연구소에서 신품종 배 개발 협의회와 평가회를 개최했다.

중-해법은?

도매시장에서 배는 신고, 그리고 대과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이러한 공식은 경매사와 중도매인 등 도매시장 유통인들에게 ‘배는 귀신이 먹는 과일’로 치부되게 만들었다. 가정에서는 제사상에나 오르고 장례식장과 굿판을 벌일 때 상에 올려지기 때문이다. 이는 품종 다변화를 이루지 못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배에 대한 ‘오명’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품종 재배를 통한 시기별 맞춤형 출하를 비롯해 중소과 품종 보급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과 편중을 해소하는 등 소비트렌드에 맞춘 체계적인 공급이 선행돼야 배는 예전에 우리가 인지하던 바로 ‘과일’로 되돌아 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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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품종 재배를 통한 시기별 출하
올해는 추석이 빨랐다. 이에 소비자는 맛이 덜든 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장촉진제를 사용해 숙기를 조정한 배는 저장상태도 좋지 못해 선물로 받은 배 또한 식감이 좋지 못했다.
따라서 배에 대한 품종 다양화는 10여 년 전부터 꾸준하게 요구돼 왔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는 지난 9월22~23일 도매시장 경매사와 생산자,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신품종 배 개발 협의회와 평가회를 동시에 진행했다.

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가 내놓은 배 신품종은 8월 중순에 수확하는 ‘한아름’을 시작으로 10월 하순에 나오는 ‘만황’까지 12개 품종이다. 나오는 시기 순으로 한아름, 원황, 조이스킨, 슈퍼골드, 소원, 신화, 황금, 화산, 만풍, 그린시스, 추황, 만황 등이다.
배연구소 관계자는 “다양한 품종이 개발돼 있는 만큼 농가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며 “농가 스스로가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수확시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 ‘황금실록’이란 브랜드로 울산 등 경남권역에서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황금배 품종. ‘황금실록’은 철저한 안전성 검사와 뛰어난 당도로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는 품종이다.

# 중·소과를 통한 가정 소비 확대
신고배의 중량은 평균적으로 개당 650g 된다.
사실상 혼자서 한 번에 먹기에는 너무 버거운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과 품종의 배도 많다. 과중이 신고의 70% 수준, 즉 중소과 품종은 ‘한아름’, ‘황금배’, ‘그린시스’, ‘소원’, ‘추황배’ 등이며 ‘조이스킨’은 절반 수준이다. 특히 ‘조이스킨’은 껍질 채 배를 즐길 수 있다. 깎아 먹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한 품종인 것이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소과 품종으로 소비지 시장에 안착될 가능성이 높다. 또 초록 배인 ‘수퍼골드’는 배의 노란색이미지 벗어 던졌다. 당도도 13.6브릭스로 뛰어난 편이며 조생종 치고는 저장력도 30일까지 유지된다.

현재 배의 주 품종인 신고의 적정 수확 시기는 10월 초이다. 사실 상 최근에는 배의 최대 소비시기인 추석과는 수확기가 맞지 않다. 이에 이른 추석에는 성장촉진제를 쓸 수밖에 없는 산지도 있다. 이 추석을 공략한 품종이 바로 ‘신화’다. 신고와 유사한 나무 특성, 과실 외형을 가지고 있어 추석 제수용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승환 경매사는 “젊은 층에게 사과는 과일, 토마토는 식재료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배는 제수용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며 “사과는 시기별로 여름철 ‘멘코이’, ‘아오리’, ‘선홍’, ‘시나노’가 출하되고 가을에는 ‘홍로’, ‘히로’, ‘요까’, ‘양광’, ‘홍옥’, ‘후지’ 등에 이르는 다양한 품종이 재배돼 출하되고 있지만 배는 오직 ‘한아름’, ‘원항’, ‘화산’, ‘신고’ 등 딱 4개 품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우수한 배 품종이 많은 만큼 다각적인 홍보를 통해 시장을 섭렵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언제까지 성장촉진제에 의존해 신고만 고집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아름’, ‘화산’ 등 고품질 중소과 품종이 보급돼 가정소비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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