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기획특집 소외되는 농촌여성의 삶, 함께 나누며 풀어가자

③농촌여성의 농부증 실태와 해결책은…

쪼그려 무릎 꿇고 하는 밭농사가 주원인
밭농사 주로 하는 여성농업인 농부증에 시달려

아파도 치료할 곳 마땅치 않고 거리도 멀어
농한기 고령농민들 의료원서 물리치료

전남 순천시 상사면 마륜마을에 사는 한 여성농업인 김모씨(51)는 지난달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외래를 통해 농업안전보건센터를 방문했다. 최근 매실 수확철을 맞아 과도한 농작업으로 허리와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던 김씨는 엑스레이 검사 후 정밀검사를 받아야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김씨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농업인 ‘무릎 정밀검사 및 연구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허리와 무릎 MRI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검사결과, 다행히 김씨는 심한 연골 손상이나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해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심하게 구부리고 비트는 농작업을 가급적 피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또한 농작업 의자와 같은 편이장비를 사용하도록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자문도 받았다.
김씨는 뭉치고 짧아진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풀고 강화할 수 있는 자가관리 운동프로그램을 처방받은 후 지속적으로 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 전화 상담과 방문교육을 통해 몸을 관리하고 있다.

농업인 대부분이 ‘종합병동’
농업인에게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어보면 허리와 무릎, 그리고 어깨가 제일 아프다고 답한다. 밭농사는 거의 야외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심하게 구부리고 비틀고 일하는 동작이 대부분이다. 일정한 규격이 정해지지 않은 농작물이나 농자재, 농기구 같은 무거운 것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다른 어떤 육체노동보다 힘들다.
농업인 절반 이상이 30~40년 이상씩 농업에 종사하며, 특히 최근에는 농번기와 농한기의 구분도 모호해져 예전에 비해 더 장시간 농업노동에 투입돼 허리, 무릎, 어깨 등 근골격계질환(일명 농부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2011) 농업인 중 무릎(골)관절염으로 진단받았거나 치료받고 있는 비율은 사무직종에 비해 6~8배 정도 높고, 특히 여성농업인의 비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에서는 고(골반)관절에 관절염이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은 무릎 관절염이 더 많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농업인들 중 무릎 관절염이 더 흔한 이유로 예전부터 밭작물은 대부분 여자들의 몫이었으며, 밭작물은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으로 의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 정상적인 젊은 여성 농업인과 무릎 관절염이 진행된 여성농업인

밭에서 김매기뿐만이 아니라 예전에는 빨래나 부엌일과 같이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가사노동도 여성농업인들이 전담하다시피 하였기 때문에 더 많이 망가진 것으로 의심되지만, 무릎관절염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농작업이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의학계의 견해다.
조선대병원 송한수 교수는 “남성 농업인들은 주로 농기계를 다루는 작업을 하는 반면, 여성농업인 대부분이 무릎을 쪼그리거나 꿇은 상태에서 밭작물을 집중적으로 경작하다보니 무릎관절에 가해지는 부하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령농민, 농한기에 물리치료
통계에 따르면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질병 가운데 근골격계질환이 2011년 92.5%에서 기계화와 편이장비 지원 등으로 2014년 조사에서는 87.8%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농작업 관련 질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쪼그려 앉아 이동하며 일하는 김매기 작업

특히 농작업과 관련된 질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 요인은 장시간 근무가 가장 높고, 불편한 자세, 반복적인 동작 등의 순이어서 통계에서도 나와 있듯이 주로 밭농사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여성농업인들이 농부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 청양에서 고추, 감자 등 밭농사를 하고 있는 한모(51·여)씨는 “우리 동네 농업인들의 평균연령이 60대 중후반으로 고령화돼 있다”면서 “평생 농사일만 하다 보니 온몸이 종합병동”이라고 농업인들의 건강실상을 털어놨다.
한씨는 이어 “몸이 아파 제대로 검진을 받으려면 대전까지 나가야 하고, 교통편도 만만치 않아 읍내 작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농업인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바쁜 영농철을 피해 농한기인 겨울에는 물리치료를 받으려는 고령농업인들이 읍내 의료원에서 줄을 설 정도”라고 말했다.

▲ 보조도구를 사용하여 무릎 부담을 줄이는 작업

편이장비 개발로 작업부담 줄여야
농작업 중 무릎 관절염 발생과 악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는 위험요인은 쪼그려 앉기와 무릎 꿇기, 중량물 운반 등이다.
쪼그려 앉는 경우 무릎대퇴관절의 압력을 높여 무릎관절의 연골을 변형 압박력이 증가되고, 허리와 하지 근육 피로도를 증가시켜 무릎 관절 보호 작용을 약화시킨다.  

무릎관절염 발생을 줄이고,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할 때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자세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런 자세를 피하려면 농기계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작업방법이 도입돼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혹시 작물의 수확량이 줄지 않을까 걱정돼 농작업 방법 개선을 꺼리는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농업인들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자에서 일하는 습관 가져야
무릎 부담을 줄이기 위한 농기계 사용이나 작업방법 개선이 장기적인 과제라면, 앉을 수 있는 방석의자와 같은 간단한 보조도구 등 편이장비를 사용해도 매우 효과적이다. 방석의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밭에서 일할 때뿐만이 아니라 실내에서 농작물 선별작업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또 무릎 관절의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리 근육의 힘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는데,  손을 허리에 가볍게 얹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하는 동작을 20회 정도씩 양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하도록 한다.
조선대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는 농업인들의 무릎관절염 발생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관절염 관련 혈액검사를 포함해 양측 무릎의 MRI 촬영, 골다골증과 무릎 근력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사 결과, 무릎통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MRI 검사에서 이미 골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보통 약물과 물리치료를 실시하나, 이미 무릎관절의 연골이 손상된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여성농업인 중 관절염이 아주 심하게 진행돼 관절 치환수술을 권고 받는 경우들이 있는데, 수술 후에는 더 이상의 농사일은 곤란하다.
관절염이 진행되면서 무릎 내측에 체중이 더욱 부가되어 다리가 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은 관절염 진행을 더욱 가속화시킨다. 최근에는 간단한 절골술을 통해 무릎 관절의 균형을 교정해줌으로써 관절염 진행을 늦추고 무릎관절 치환술까지 가는 것을 막는 수술방법도 선호되고 있으므로 꼭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도움말=조선대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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