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인을 찾아서 - ⑫충북 영동 컨츄리와인

▲ 2대 대표인 김마정 대표와 아들인 덕현 부사장.

웰빙 추구하며
저온열처리방식 고집해 3대째 운영

국내에서 와인생산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곳. 충북 영동은 여러 면에서 국내의 와인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몇몇 와인들을 이미 소개한 바 있지만, ‘컨츄리와인’은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어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 와인이다.

와인열차로 유명한 ‘와인코리아’ 양조장 뒤편 골목에 작지만 매력적인 소형와이너리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필자도 당연히 그 소문에 이끌려 영동을 다시 찾았다.
황간IC에서 내려 영동방면으로 10분 남짓 향해 주곡리로 들어서면, 왼편으로 ‘컨츄리와인 시음판매’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대로 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작은 하천을 건너 마을로 들어서니 길 양쪽 나지막한 담장들이 모두 와인이 주제인 벽화로 장식돼있다.

시골마을에서 보기 힘든 따뜻하고 화사한 진입로를 따라 마을 깊숙이 들어서니 ‘컨츄리와인’이라고 쓰여진 양조장이 보인다. 공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농가라고 하기엔 너무 깔끔한, 정말 아담한 양조장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 들어 기억을 돌이켜보니, 양조장과 시음판매장, 지하저장고의 배치가 독일 모젤강변에서 보았던 농가형와이너리들과 많이 닮았다.

양조장 내부로 들어서니 1000리터 정도 되는 스텐리스 발효·숙성탱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그 속에서 아직 병에 담기지 않은 어린 와인들이 조용히 익어가고 있었다. 반지하 공간에 마련된 와인저장고는 온도와 습도가 잘 유지되도록 설계해 벽면 전체에 와인을 꽂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파벽돌로 멋스럽게 장식돼 기능성과 디자인 면에서 모두 훌륭해보였다.

지상에 마련된 시음판매장으로 올라가 이 어둡고 서늘한 지하공간에서 긴 세월 손님을 기다려온 와인들을 맛보았다. 영동와인답게 캠벨어리 품종을 사용해서 만든 레드와인 2종(드라이, 스위트)과 머루를 사용하여 만든 산머루와인 2종을 시음했다. 원료의 특성상 캠벨어리는 머루에 비해 색이 옅고 맛 또한 가벼울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캠벨 드라이는 제법 묵직한 바디를 가지고 있었다. 제품설명서에 표기된 ‘라이트바디’라는 설명을 ‘미디엄바디’로 고쳐 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컨츄리와인의 생산제품.

캠벨이든 산머루든 원료의 특징을 잘 살려낸 것은 포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고, 잡내 없이 깔끔한 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양조관리가 잘되었음을 의미한다. 두 가지 모두 훌륭했다. 생산량이 적은 농가형 와이너리는 이렇게 세심한 원료의 선별과 양조관리를 통해 품질로 승부를 보는 것이 정답이다.

컨츄리와인의 역사는 꽤 깊다. 현재 실무담당자인 김덕현 부사장의 할아버지(김문환;1대 대표)는 일제시대 때 강제징용으로 남방의 포로수용소에 머물렀을 때 유럽 사람들에게 양조기술을 배워, 해방 후 고향인 충북 영동으로 돌아와 1965년부터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소량의 포도주를 빚기 시작한 것이 아버지 김마정(2대 대표)씨를 거쳐 지금 김덕현 부사장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으니 가족기업의 좋은 본보기라 할만하다.

특이한 점은, 컨츄리와인은 모든 제품에 산화방지제인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고 저온열처리방식으로 생산한다고 하니 웰빙식품을 추구하는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2013년 제2회 코리아 와인 어워즈 금상 2종, 동상 1종 수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각종 와인대회에서 수많은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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