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발효식품 신기술, 현장에서 꽃피운다

⑥ 아황주 제조 - 경기 파주 최행숙전통주가

옛 문헌에 전해지는 우리의 전통주 복원에 앞장서 온 농촌진흥청이 실용화에 성공한 또 하나의 술이 2009년 복원한 ‘아황주’(鴉黃酒)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던 아황주는 백운거사 이규보의 시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술이다. 궁중에서 사시사철 빚었는데, 발효기간이 7일 이내로 짧아 급하게 손님을 대접해야 할 때 주로 빚었으며, 맛이 달고 진한 황색이 특징이다. 이 술은 경기도 파주에서 소규모로 양조업을 하는 최행숙전통주가에 기술이전 돼 생산되고 있는데, 시판되는 국내 유일의 아황주로서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농진청, 고문헌 속 ‘아황주’ 복원해 기술이전
유기농 멥쌀·찹쌀에 누룩으로 빚은 고급주
양조·음식체험 등 농업 6차산업화 발전 기대

▲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황주를 제조·판매하는 최행숙 대표.

여성 농외소득사업으로 첫발
파주 민통선 지역에서 인삼농사를 하는 최행숙 대표는 파주시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면서 농업소득과 부업소득 창출의 기회를 찾다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교육을 받게 됐다. 파주시인삼연구회 여성회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던 최 대표는 직접 재배한 쌀과 인삼을 가공해 전통주를 만들면 소득사업으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4년부터는 개인적으로 술 제조 공부도 했다. 그녀의 판단과 교육, 그리고 약간의 경험은 2007년 여성 농외소득 활동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돼 본격적으로 전통주 제조사업에 뛰어들면서 구체화됐다.

2008년 국내에서 가장 작은(?) 전통주 사업장(30평)에서 술을 빚기 시작했다. 생산된 술은 최 대표의 친정오빠가 서울 인사동에서 운영하던 주점에 전량 판매할 수 있었다. 뛰어난 자연경관 덕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에 위치한 사업장은 내외국인들의 전통주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며, 그녀의 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그러면서 사업도 조금씩 성장했다.

하지만 승승장구 할 것만 같았던 사업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2011년 파주지역에 내린 폭우로 사업장 ‘초리골 미인’이 흔적도 없이 휩쓸려 간 것이다. 사업이 상승세였고 일본인과 술체험 계약까지 맺었던 터라 아픔은 더했다. 절망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초리골 미인’과 그녀의 술을 찾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술잔에 비친 까마귀가 노랗게 보일 정도로 노란 빛을 띠는 아황주.

수해 딛고 ‘아황주’로 재기
2012년 2월 지금의 터로 공장을 이전했다. ‘초리골 미인’ 시절, 농촌진흥청이 복원한 아황주를 실험 제조했던 인연으로 4월에 아황주 제조기술을 이전 받았고, 5월엔 신제품을 생산하는 등 일사천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황주는 밑술 제조방법으로 익반죽하는 고급주로 원료의 양이 많은 반면 물을 적게 써서 아주 진한 단맛을 낸다.

이렇게 생산된 아황주를 서울 등지의 고급식당 등 기존 거래처에 납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다시 희망이 보였다. 아황주는 그녀의 사업에 다시 불을 지핀 불씨이자 지금은 최행숙전통주가를 대표하는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최행숙전통주가에서 생산되는 술은 멥쌀과 찹쌀, 누룩으로 만든 아황주, 찹쌀과 누룩으로 빚은 약주와 탁주 등 세 가지다. 이 술들은 기본 원료 외에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고급주다. 그래서 한때 시중의 막걸리에 첨가된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문제가 됐을 때,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그녀의 탁주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었다고 한다.

아황주는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술이다. 특히 아황주는 건강과 식품안전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100% 민통선 안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멥쌀 65%, 찹쌀 35%를 섞어 빚는다.
최행숙전통주가는 비록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술 제조에 필요한 시설은 완벽히 갖추고 있다. 최 대표의 성격도 성격이거니와 식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이다 보니 엄청 위생적이고, 사업장 전체가 서늘할 정도로 온도관리도 철저히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은 체험고객을 대상으로 한 직거래와 온라인 판매 등이 대부분이고 한식당이나 전통주 주점에도 납품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등으로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급락했지만 현재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현재 최행숙전통주가에서는 양조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양조장 견학, 요리·술빚기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우리 술 강좌 등도 진행하고 있다. 요리체험은 최 대표가 생활개선회원으로서 4년간 파주시향토음식연구회장을 맡아오고 있기에 가능한 체험이다.

“열정 있는 이에게 물려줄 터”
그녀가 빚은 술을 맛본 이들은 꼭 다시 찾는다고 자랑하는 최행숙 대표는 초리골 시절을 그리워한다. 경관과 사업장이 잘 어울린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어디 좋은 곳이 있을까 공장터를 물색하고 다닌다고. 최 대표는 최근 직접 재배한 인삼을 원료로 홍삼 약주와 증류주 등도 상품화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는 등 제품군 다양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후계자요? 가족에게는 대물림 할 생각은 아직 없어요. 얼마 전 공장에서 반년 동안 열심히 아르바이트 한 교육생에게 물려줄 생각이에요.”
어렵게 복원되고 기술이전 받아 이제는 그녀의 효자 술이 된 아황주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최 대표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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