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농업연구관 권택윤

농촌은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농촌은 경제 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 오죽하면 “하다 안 되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하겠나. 농촌에 사시는 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자식들만은 도시로 내 보냈다. 농촌에서 보다도 더 좋은 삶을 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농촌은 우리 삶의 모태이다. 도시 수준만큼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을 때 우리나라도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통계를 보면, 농촌 거주민의 건강을 살피는 보건의료기관의 수는 도시의 1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농촌의 고령인구를 감안하면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외쳐도 지나침이 없다.

농촌지역은 전체인구 보다도 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농촌에 거주하는 거주민의 68%는 60세 이상 고령인구이다. 우리나라 농가경영주의 평균연령이 66세이다. 농촌의 고령화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고령 농가의 반은 소득이 낮은 영세 농가로 2014년 기준, 전국 고령농가의 평균소득은 연 이천오백만 원이다. 거기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이것저것 싸서 보내고 나면 생활은 빈곤한 수준을 면치 못한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도 마음만으로 효도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농촌사정을 감안하여 농지연금이나 직불제 등 농촌 농가 소득안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롭고 적극적인 대안이 더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의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으로 전북 임실의 학정마을 영농조합을 방문하였다. 학정마을은 소득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고자 마을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사업을 하다가 20년 전에 귀촌한 분이 그 기업의 대표이다. 방문한 마을의 첫인상은 깔끔하다. 마을 분들이 학정마을기업의 투자자이다. 처음에는 성공에 대한 의구심으로 참여자가 저조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마을의 모든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주민간의 신뢰와 실질적 수익’이었다. 고령인구가 다수인 마을에서 마을기업 활동은 적정한 수입을 보장하였다. 또한 공정하게 그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런 과정에서 학정마을 대표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돋보였다.
학정 마을기업의 비전은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농촌 어르신들에게 생기는 일정한 수입은 그분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다고 한다.

학정마을기업의 비전과 활동은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의 새로운 복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마을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농산물 생산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신뢰할 만한 마을 생산물이 있어야 그 다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정마을은 마을에서 생산한 건강한 쌀로 겨울 동안 전통 엿을 만들고 조청을 가공한다. 마을에서 생산한 도라지로 건강에 좋은 도라지 즙을 가공한다. 학정마을기업은 마을 어르신들이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웠던 상품 판매를 인터넷 판매로 적극 추진한다. 지난해 생산한 전통 엿은 조기에 매진하였다고 한다. 마을 기업은 소비자의 소비성향까지 고려하여 상품을 생산하였기 때문이다. 학정 마을에서 본 어르신들은 마을기업의 소득으로 인해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농촌에 실질적 소득을 가져다주는 마을기업 사업이 우리 농촌의 복지모델이라는 생각이 진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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