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인을 찾아서 - 화성시 송산면 ‘샌드리버’

▲ 화성 송산의 와이너리 샌드리버 전경

국제 보트쇼와 세계요트대회 공식와인 지정

지중해성기후를 닮은 화성 송산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신맛이 적은 묵직한 맛의 와인 ‘포리버’ 

▲ 샌드리버에서 생산되는 와인인 ‘포리버’ 와인을 위하여란 뜻이다.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원래 기억력이 없었던 나는 사람이름이나 집주소, 전화번호를 잘 외우는 사람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런 나에게, 단 한번 밖에 듣지 않은 이 지명이 잊혀지지 않고 오롯이 기억되는 것은 스스로도 이해 못할 아주 특이한 경험이었다.
‘사강(沙江)’. 모래강이란 그 의미 때문이었을까. 이곳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마시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내 고향 내성천변의 넓은 모래톱과, 어릴 적 그곳에 묻어버린 것들, 그곳에서 떠나보낸 것들,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 남은 것들…

단 한잔으로 내게 많은 것을 기억나게 했던 와인. 그 와인이 만들어지는 양조장은 바로 샌드리버(Sand River)이다.  처음에는 이 영어식 이름이 사강(沙江)이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알아채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곳을 찾아가다보면 사강이라는 이정표를 통해 자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샌드리버의 주인장인 김승원 대표가 선대로부터 포도농사를 이어받은 것은 2004년 무렵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5만㎡에 이르는 넓은 포도밭이었지만 일손을 감당할 수 없어, 현재는 김 대표 부부가 직접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2006년 샌드리버 와이너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와인제조에 뛰어들어 2008년부터 포리버(For River)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캠벨얼리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포리버 와인은 매년 전곡항에서 열리는 국제 보트쇼와 세계요트대회의 공식와인으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송산포도의 우수한 품질을 알리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도 송산면은 서해바다와 접하고 있어 전형적인 지중해성기후가 나타난다. 가을철 건조하고 따가운 햇살에 힘입어 이곳의 포도는 다른 지역보다 높은 당도를 자랑한다. 이런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 보통 알코올 도수는 높아지고, 신맛이 적고 농축미가 있는 묵직한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특히 우리나라의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샌드리버 양조장은 조합단위가 아닌 개별 농가가 설립한 양조장으로는 제법 큰 규모이다. 탱크의 합산용량이 약 30만 리터(10톤 탱크 30개분)에 지하숙성실까지 갖춘 중형 와이너리다. 따로 마련된 100석 규모의 와인카페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요리해주는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실 수 있는데, 김 대표가 만들어주는 우동을 곁들인 수제돈까스의 담백한 맛은 이곳 포리버 와인의 부드럽고 농익은 향미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그동안 소개한 와인이 주로 신선하고 힘있는 스타일의 와인이었다면 오늘 소개한 포리버(For River)는 할아버지의 손길처럼 따뜻한 와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중동에서는 물이 말라버린 사막의 모래강을 와디(Wadi)라고 한다. 이곳은 평소에는 말라있지만 우기가 되면 물이 흐르는 강이 되었다가 결국 다시 말라 강물의 흔적만 남게 되는 곳이다. 그곳에 사시사철 물이 흐르지 않아도 그들은 그곳을 강이라 부른다. 물이 말라버린 모래강(沙江)에서 ‘강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그들의 와인을 빚어내고 있는 김승원 대표 부부를 응원하고 싶다.  
오랜만에 샌드리버를 찾아 김 대표가 만들어주는 돈까스와 포리버 와인을 마시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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