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농업연구사 최인찬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변화와 식량난으로 인해 인류가 새로운 지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지구의 인구는 2050년경에 약 9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가올 식량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곡물생산량이 현재보다 50%이상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사료용 곡물 수요의 증가, 제한된 경작지, 이상기후에 의한 잦은 가뭄 등으로 식량 위기가 조기에 발생할 수 있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세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 미국과 독일 등 몇 몇 국가에서는 식량 생산량의 증대와 고부가 농산물의 생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식물표현체(Plant Phenomics) 플랫폼 구축과 활용 연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식물표현체 플랫폼은 미국, 프랑스, 호주, 독일 등을 포함한 13개국 30여 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도 식물표현체 연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물표현체 플랫폼이란 차세대 육종 기술로, 식물의 형태, 생리와 생태적 특성을 포함한 주요 표현형질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대량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장형 진단 장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식물육종가나 연구자들에게 식물표현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사의 최적처방에 활용되는 CT와 MRI 등의 최첨단 분석기술 역할과 비슷해 식물의 영상분석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표현체 플랫폼은 식물재배환경 조절이 가능한 최첨단 온실과, RGB카메라, 열화상카메라, 근적외선카메라, 형광카메라, 초분광카메라 등의 이미지 획득 장치, 그리고 시료를 대량으로 분석하기 위한 자동화된 식물운송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RGB카메라는 가시광선을 이용하여 식물의 형태와 생장률 그리고 엽면적 등을 측정하고, 열화상카메라는 적외선을 이용하여 식물의 온도와 가뭄 또는 염해와 같은 각종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하며, 형광카메라는 엽록소와 광합성 반응 등을 측정한다.

식물표현체 플랫폼을 이용하면 육안으로 판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형질들을 정밀하게 측정하며, 고속 대량의 분석과정을 통해 수집된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적용될 경우 더욱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분석된 정보는 식물육종가나 연구자에 제공되어 궁극적으로 식물육종 효율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육묘시 작물의 생육상태 진단을 통한 품질관리, 우수 생물자원의 선발 효율성 향상, 유용한 유전자 기능의 대량 검정, 품종 특성 검정 과정의 표준화 등에 활용될 수 있고, 식물의 생장과정과 기후 및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농업인, 산학연 연구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식물표현체 플랫폼은 BT, IT, 영상, 정보,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요소들이 서로 융합된 차세대 정밀 분석 기술로서, 창조적인 원천기술의 개발과 다양한 산업에서의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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