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와인을 찾아서 ⑨ 영천 고도리 와이너리

‘2015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품평회’에서 금상 수상

경상도 사나이의 우직한 외모 속에 감춰진
감수성으로 만든 섬세한 와인

▲ 고도리 와이너리에서는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아이스와인, 로제와인에 복숭아와인까지 생산하고 있다.

“화투장의 고도리가 아니고 지명이 고도리라서 고도리와이너리입니다.”
경북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494-3번지에 위치한 고도리 와이너리 최봉학 대표의 말이다. 아마도 최 대표는 자신의 와이너리를 소개할 때마다 항상 이 말을 해왔을 것이다. 다소 익살맞아 보이지만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양조장 이름으로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생겼으니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다.  

▲ 고도리와이너리 전시장.

경부고속도로 영천IC에서 영천 시내를 거쳐 고경면 방향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포도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이 길을 5km 남짓 달리다가 삼거리에서 드림랜드오토캠핑장 간판을 끼고 우회전해서 다리를 건너면 고도리 와이너리의 예쁜 아치간판과 마주친다.
그곳엔 깨끗하게 가꿔진 잔디밭 둘레로 그네와 미끄럼틀, 전시판매장과 양조장이 위치해 있다. 나지막한 건물이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면 시음장을 겸한 전시판매장이 멋진 조명으로 장식돼있고 양조장 건물에는 오크통, 여과기, 스테인리스탱크 등 각종 양조장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저온발효를 위해 마련된 발효실. 우레탄 폼으로 내부를 감싸 단열성능을 높인 것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화이트나 로제와인의 발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시설견학을 마치고 시음장으로 들어서니 주인장인 최봉학 대표가 종류별로 와인을 오픈해준다. 외모로 보나 술 인심으로 보나 화끈한 경상도 사나이다. 그의 인상처럼 화끈하고 단순명쾌한 느낌을 기대하고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 순간 우리 일행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마치 수줍음 많은 새색시의 얼굴 같다고 해야 할까.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잔잔한 향기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성큼 다가서지 않는 아주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한 발짝씩 다가오는 그 향기는 정말 조용했지만 명료했다.  
“와인은 양조자를 닮는다.”라는 철칙이 처음으로 빗나가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최 대표의 설명 속에서 이런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그 결과물인 지금의 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엿볼 수 있었다. 결국 고도리 와인은 경상도 사나이의 우직한 외모 속에 감춰진 섬세한 감수성이 만들어낸 작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말았다.  

▲ 경북 영천 고도리와이너리 전경

이곳은 원래부터 최 대표가 나고 자란 고향집이었다고 한다. 1993년 최대표가 30대 초반이었던 시절부터 거봉과 MBA품종으로 10,000㎡의 밭으로 포도농사를 시작하여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은 복숭아 농사까지 더해서 20,000㎡가 넘는 규모가 되었다. 생과일 판매를 주력으로 해오다가 2009년부터 영천와인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아이스와인과 로제와인, 2013년에는 복숭아와인까지 추가해서 현재 5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부부의 노력으로 이곳의 와인들 또한 유명세를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1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우수상을 필두로, 2014년 제1회 와인대상에서 금상, 2015년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품평회 금상, 올해에는 조선비즈 주최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우리술 부문 최고와인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잘 모르는 외국품종보다 내 손으로 오랫동안 키워온 거봉과 MBA품종으로 선택하는 것이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최대표의 말에서 포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다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양조자의 마음가짐이 전해져 왔다.

▲ 김홍철(가평와인스쿨학과장)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멋진 휴가를 위한 조언을 하자면, 고도리와이너리 옆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에는 대규모 풀장과 워터슬라이드가 마련돼있다. 와인에 미쳐서 살아온 아빠 때문에 휴가철에도 재미없는 양조장만 따라다닌 우리집 아이들도 이번 여름엔 물놀이 시설에서 마음껏 놀게 해줄 작정이다. 당연히 필자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원한 고도리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을 마셔줄 작정이다. 한여름의 태양 아래 포도송이와 함께 아이들이 영글어 가는 것을 보면서.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