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OO엄마! 지금 집에 계세요?” 같은 동에 사는 이웃 친구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는 금방 달려와서 고구마 한 봉지를 내민다. 시댁에서 보내왔다고 나눠준다. 그녀는 뚱뚱하지만 마음이 넉넉해서 좋다.
심심할 때는 불러내서 영화 한 편을 보고 햄버거나 차 한 잔을 하고 탄천을 걸으며 맘 놓고 수다를 떠는 친구도 살이 통통하다.

처녀시절 동료 K의 몸매는 비만에 가까웠다. 본인도 시집도 안간 처녀가 걱정이 됐는지 큰맘을 먹고 수백만 원을 들여서 지방흡입술이란 걸 하곤 자랑을 했다. 한여름에 지옥처럼 배에 붕대를 칭칭 감고 다녔다. 그녀는 틈만 나면 휴식공간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를 먹었다. 결국 다이어트는 돈만 날리고 실패로 돌아갔다.

어느 날 내 배에도 나잇살처럼 뱃살이 찌면서 허리라인이 사라졌다. 배가 나온 사람들을 보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을 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갱년기 호르몬 영향으로 상냥함은 사라지고 거칠어지며 차츰 중성으로 변해간다. 몸매마저 꽝이다. 거울 앞에 서기가 두렵다. 비슷한 고민에 빠진 친구가 집 근처에 다이어트에 즉효라는 ‘OOO 체험실’이 생겼다고 함께 다니자고 한다. 몇 번 체험을 해봤다. 한 끼 식사대용으로 선식 같은 가루를 타서 한 컵 마시고 핀란드식 나무 찜통에 앉아 물을 마시며 땀을 빼야 했다. 처음엔 잘 될 것 같았지만 그도 오래 못 가고 결국 비싼 영양식만 사들였고 지금은 식탁 위에 모셔져 있다.

뚱뚱한 것은 여자의 적이고 환영받지 못할 일인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홀쭉한 모습을 보여주면 부럽기보다는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앞선다. 너무 깡마른 여자를 보면 유전적 요소도 있겠지만 예민하고 성깔이 있어 보인다. 푸근함이 덜해 보인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암과 싸웠던 엄마 모습이 떠올라서 싫다.

<개그 콘서트>나 코미디 프로에서 등장하는 못생기고 모자라 보이고 사투리 쓰며 웃음거리가 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뚱뚱하다. 폭소를 자극하는 데는 날씬한 사람보다는 뚱뚱한 사람이 제격일 테지만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코미디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지나친 다이어트로 인해 몸에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핵에 노출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날씬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좀 뚱뚱하면 어떤가? 지나친 비만은 경계해야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당당함으로 똘똘 뭉친 여자가 나는 좋다. 매력은 몸매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지나친 나의 합리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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