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다음번 모임 장소는 뷔페식당으로 정할까요?” 라고 물으면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음식에 후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뷔페는 인기 밥상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이도 시들해지면서 날라다 주는 음식을 앉은 자리에서 먹는 게 좋다.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고 외국인 왕래가 많아지면서 각국의 현지 음식을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태원의 경리단 길, 북촌 등에 각국의 식당들이 들어섰다. 서울 시내 광희동의 ‘사마리칸트’라는 식당에 가면 우즈베키스탄 ‘양 꼬치’와 현지인이 서빙하는 맥주, 본토의 상징적 장식 등이 마치 그 나라에 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준다. 셰프가 유행하면서 셰프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점이나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 중에는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우리의 입맛은 철새처럼 옮겨 다닌다.

이제껏 먹어본 한 끼 중에 제일 맛있었던 음식은 딸이 취업 후 사준 불고기 백반이었고, 제일 맛없는 밥은 어머니가 암 투병하실 때 어머니를 병실에 두고 잠시 빠져나와 허름한 골목식당에서 혼자 먹었던 된밥이었다.
휴일에 모처럼 한 가지 요리를 해보려고 맘을 먹었다. 필요한 식재료를 사려고 아이들과 함께 장을 봐왔다. 레시피를 따라 하다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완성된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순간 뿌듯하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맛은 좀 덜해도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며 생긴 공감대와 즐거움이 맛에 버무려져 있었다.

어머니 생각이 날 때 동치미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무 구덩이에서 꼬챙이로 무를 찍어 올릴 때의 기쁨처럼 힘이 솟는 것은, 음식에 나만의 기억이 함께 딸려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AI(인공지능) 얘기가 화젯거리다. 훗날에는 로봇에 인공지능이 결합된 인간로봇이 내 입맛과 체질에 꼭 맞고 필수영양소마저 고려해서 식단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어느 날 아침 식탁에 앉은 내게 로봇이 다가와 “오늘 당신에게 맞는 최고의 식사입니다!” 하면서 알약 한 알을 내민다면. 먹는 재미를 빼면 무슨 재미로 살아갈지….
아침이면 손잡이가 닳은 압력솥에서 나는 칙칙칙~! 밥 끓는 소리는 봄의 행진곡처럼 들린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기쁘고 슬픈 감정들이 가족들과 섞이며 짓는 소박한 밥상에 비할까?
그러니 식구들아! 엄마가 차린 위대한 밥상 앞에 반찬투정일랑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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