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공동회는 대한제국시기 평민과 천민에게도 발언권을 준 대중집회였다. 그곳에서는 정부 관료를 비롯한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참여해 국정개혁과 자주외교를 주장했는데, 그로인해 피지배계층의 존재가치를 세우고 자유 민권 의식을 신장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발언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능동적인 행위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는 필리버스터로 떠들썩했다.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험인물'로의 '의심'만으로도 금융거래 내역, 통신기록, 위치 등 합법적인 정보수집이 가능한 법으로 개인정보유출과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극심했다. 업무를 한 부서에 집중시킨다는 점에서 견제할 세력이 없고, 무엇보다 테러위험인물 지정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를 시작했지만 결국 현재 시점(3월3일)으로 테러방지법은 통과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입 꾹 닫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야당이 '발언'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이다. 테러방지법이 왜 위험한지에 대해 각자의 논리로 9일을 버틴 39개의 발언은 처음에는 허공의 메아리로 남다가, 날이 갈수록 많은 청중을 만들었고 관심을 일으켰다. 이처럼 발언은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시선을 돌려 우리 농민은 제대로 발언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지 생각했다. 각종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국회 앞과 정부 청사에 모여 한목소리로 부당한 정책에 대해 반발했지만, 제대로 관철된 적은 없었다. 발언은 했지만 그것에 귀 기울이는 청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농민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며 힘을 줘야 한다. 선거구 획정 같은 것으로 살아있는 농민을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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