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으로 읽는 시-송재범

‘마음으로 읽는 시’에서 소개하는 시들은 수도권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게시돼 있었거나 지금도 게시된 작품들로,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다. 특히나 농촌여성이 읽었을 때 좋은 시로 선별해 소개한다.

겨우내/ 열병으로/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하얀 눈 발자국에/ 노란 봄을/ 여기저기/ 토해놨구나//

내소산 산행하다가 산길에서 귀엽고 앙증맞게 피어 있는 복수초 꽃을 만났다. 일행들은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여기 복수초다!”라며 탄성을 질러댔다. 복수초는 기적의 꽃이다. 놀랍지 않은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폭설에 꺾이던 나무도 복수초를 따라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복수초가 보여주는 기적처럼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오고 있다.

노란 복수초는 마음이 활짝 펴질 만큼 밝고 아름다운 꽃이다. 복수초는 몸도 키도 작다. 키 크고 억센 다른 풀들에게 햇빛도 곤충도 다 뺏겼다. 그렇지만 홀로 몸속에 열을 만들어 누구보다 먼저 피어난다. 그래서 복수초 꽃을 가리켜 얼음과 잔설을 박차고 피어난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져 있다. 복수초는 자신이 작고 약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가을 일찍 복수초는 깊은 잠에 든다. 오랫동안 잠으로써 몸에 열을 만들어, 남들은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하는 그 찰나 얼음을 자신의 열로 녹이며 꽃대를 올리고 이른 봄에 피어난 것이다.

눈물겨운 일생이다. 당당하고 아름답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겨울과 싸워내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이다.「복수초」의 송재범 시인은 ‘시와 수필마당’으로 등단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대청호반의 시인이다. 대청호반을 소재로 시도 쓰고 그 풍광을 영상으로도 담고 있다. 봄이 성큼 다가와 봄볕이 따뜻한 어느 날 그의 초대로 ‘겨우내 열병을 앓은’ 사람들과 함께 대청호반 나들이를 하는 기대를 해본다.

<시해설 : 민윤기 시인, 월간 시see 편집인, 연간 지하철시집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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