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귀농귀촌, 어울림을 꿈꾸다

▲ 귀농교육 현장(사진은 기사안 특정내용과 무관함).

‘알맹이’ 없는 귀농정책…불필요한 규제타파 필요
 현지인 배타적인 태도…귀농귀촌인 두 번 울려

귀농인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역귀농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 귀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11세대, 2011년 1247세대, 2012년 2228세대, 2013년 2993세대, 2014년 4285세대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두 번째로 유입인구가 많았다. 반면, 역귀농 세대는 2010년 53세대, 2011년 137세대, 2012년 175세대였다.
귀농귀촌은 농촌고령화와 농촌마을 과소화·공동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정부 정책, 무엇보다 그들의 애로점을 면밀히 살펴 역귀농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역귀농 가장 큰 원인은‘소득이 적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인의 수입 감소(28.7%)가 애로사항으로 가장 컸다. 그 뒤를 이어 생활의 불편(18.2%), 문화·여가생활(15.4%), 텃세 등 기존 주민과 삶의 방식 차이(11.7%), 장래에 대한 불안(9.1%), 주거 여건 열악(7.3%)이 차지했다. 전라북도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역귀농·귀촌’ 이유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소득이 적어서’가 17.3%로 가장 많았다.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정책의 절실함은 현지인이나 귀농·귀촌인이나 같았다.

▲ 한국귀농인협회 정성근 대표는 귀농정착 ‘자금대출’은 최소화하고 오히려 행정지원과 규제사항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귀농인협회 정성근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현실과 맞지 않는 귀농정책에 대해 지적했고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 방향에 대해 설파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귀농귀촌인을 실패하게 만듭니다. 귀농정착 ‘자금대출’은 최소화하고 오히려 행정지원과 규제사항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잘 정착한 귀농인들은 대출받은 분들이 아니고 땅이든 집이든 직접 매입한 사람들입니다. 귀농정책자금은 결국 귀농인들의 빚이며 귀농교육과 도농교류행사 등은 사실상 불필요한 지원들입니다.”

정 대표는 귀농귀촌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타파라고 주장했다.
“귀농귀촌인이 뭘 좀 해보려 하면 규제 때문에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집을 지으려 해도 농업진흥지역에는 불가하고, 4m 도로가 접해야 허가가 나오고, 맹지에는 건축이 불가하고, 임야개발에도 규제사항이 수두룩하고. 부동산이나 오염업종의 난개발이 아닌 순수한 귀농에 대해서는 규제혁파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농촌에 돈이 풀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는 당장 농림부 장관이 귀농해서 집짓고 된장을 담가 팔아보고 정책을 만들어봐야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했다. 지금의 농어촌 규제개혁이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민이 도시로 이농할 때,
 도시민이 못살게 굴던가요?”

2005년 전라북도 장수군으로 귀농한 A씨. 부푼 꿈을 안고 해발고도 700m 10만여평의 임야를 사들여 밭을 일구려 했다. 귀농하기 전 작물에 대한 논문도 읽어보고 여러 농장을 견학하며 귀농생활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3000평 임야에 산약초 재배 위해 포크레인을 들여 작업하려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유 불문하고 절대 안 된다는 거에요. 그것 때문에 갈등이 컸어요. 결국,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지요. 돈이며 시간이며 낭비가 컸지요.”

농촌은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끈끈한 만큼 이방인에 대한 배척과 경계심이 도시에 비해 강한 편이다. 혈연관계가 있는 동성(同姓)의 가구들이 모여서 마을을 이루는 동족마을이 많아 이방인의 방문은 마치 ‘우리 집’에 낯선 자가 묵는 것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 게다가 쌀값 폭락과 연달은 FTA 체결로 악화될 대로 악화된 농촌경제 상황 속에서 가뜩이나 힘든 농업인은, 많이 있지도 않은 파이를 뺏긴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경계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귀농인 B씨는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에 실패한 예다. 친분을 쌓기 위해 마을회관에 찾아가기라도 하면 냉랭하게 대하며 대화에 끼어주지도 않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는 마주치더라도 인사도 나누지 않게 됐다. 결국, 생활반경이 완전히 나뉘게 됐고 마을사람들은 ‘현지인들을 무시한다’는 말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B씨는 집을 내놓고 서울로 돌아오게 됐다. 

경기도 여주의 한 귀농인은 인터뷰에서 “일부 지역 이장들의 횡포, 왕따와 길들이기로 귀농·귀촌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자체장과 농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어울림을 위한 주민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귀농귀촌인만 숙이고 들어오라는 태도는 불공정한 처사입니다. 농촌사람들이 도시로 이사 왔다고 도시민들이 못살게 굴던가요?” 라며 서운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지 주민도 할말 있다…

▲ 충북 제천시에 한 여성농업인은 갈수록 줄어드는 농업 예산에서 귀농귀촌 지원이 상당부분 치우쳐 있음을 염려했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해 고령화 가구와 독신가구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귀농귀촌에 과도한 지원정책…현지인 ‘역차별’

마을특색 살피지 않고 이기주의적 성향 강해
귀농인과 귀촌인 분류해서 지원해야

“해변도로 근처에서 음식점이든 커피숍이든 장사도 크게 하고 마을에서도 제법 눈에 많이 띄어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여성농업인은 귀농귀촌인에 대해 그리 탐탁지 않은 듯 말을 이어나갔다.
“낯선 지역에 살려고 왔으면 그 지역특색에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기존에 있던 사람도 어울려 살려고 하지요. 밭에 뿌린 비료 냄새 지독하다고 신고를 하지 않나, 정보 공유도 잘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잘 살려는 모습이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뿐만 아니라, 대부분 귀농귀촌인은 고학력자가 많은데 상대적으로 저학력인 현지인을 무시하는 기색도 보인다고 했다. 물론, 귀농귀촌인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고 말을 신중하게 정정했다. 재능기부도 하고 강의도 하며 마을 발전을 위해 애쓰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기적인’ 귀농귀촌인이 더 눈에 드는 것 같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편리하게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귀농귀촌인을 위해 귀농창업, 주택구입을 위한 지원부터 현장실습지원 사업, 정착지원금, 정착장려금, 단독주택 수리비 등 그 가짓수도 어마어마하다.

“5년동안 지속적으로 귀농귀촌인이 증가추세에 있어요.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라고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그들이 다가서냐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죠.”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은 무분별한 귀농귀촌인 지원정책에 불만이 많았다.
“농업에 대한 예산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귀농귀촌인 지원에 상당부분 치우쳐 있어요. 열심히 농사지으러 온 사람에 대해 지원해주는 것은 말리지 않아요. 휴양을 즐기러온 ‘귀촌인’에게까지 지원하려고 달려드니까 문제라는 거죠. 이사비용까지 지원받고 있더라고요.”

그녀는 분별있는 귀농귀촌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농사에 의욕도 없는 사람들한테 왜 국민세금을 쓸데없이 바칩니까? 그 사람들 말고 농촌에 지원해야 할 곳은 구석구석에 많아요. 고령화 가구에, 독신가구에 지원하는 게 우선 아닌가요?”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