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간판이 커피숍이다. 차 한 잔 마실 때만큼은 여유를 느끼고 싶어서인지. 커피숍이 늘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취업 못하고 노는 자식들을 보다가 속이 답답해진 부모가 큰 지갑을 연다고 한다. 혹은 빚이라도 내다가 차려준다니 취업난의 단면을 보는듯하다.
언제부터인지 원두를 이용한 커피문화가 생활 깊숙이 뿌리내렸다. ‘바리스타’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는 원두 재료로,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로부스타’는 인스턴트커피에 적절하다.

퇴직한 한 친구는 커피를 갈고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홀로 커피타임을 즐기고, 무료한 시간에 커피를 알아가며 느끼는 행복감이 위안이 된다고.
커피 머신을 집에 들여놓으면 밖에서 먹는 ‘집밥’처럼 한 잔을 마셔도 만족감이 크다. 믹스커피가 그만일 때도 있지만, 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날엔….
딸아이가 ‘캡슐’로 간편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00커피 머신’을 선물했다. ‘캡슐’은 커피를 내리기 전부터 화려한 색상이 유혹적이다. 초콜릿 포장 같은 캡슐은 각기 다른 향과 맛으로 즐기기에 좋다.

‘아르페지오’라는 보라색 캡슐을 선택했다. 물을 넣고 기계의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설명서대로 ‘코코아 향과 크리미(creamy)한 질감, 강도 9’라는 커피가 잔에 채워진다. 주방 풍경이 달라졌다.
제조사가 감각적인 디테일로 소비자에게 승부수를 던지는 기술력이 놀라웠다. 캡슐도 기계 색상도 시각적 효과를 충분히 고려했다. 무엇보다도 즉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좋았다. 홈 빠를 거실에 들여놓은 것 같은 공간의 새로움이 느껴졌다.

동남아 한 마을의 커피 제조과정을 방송에서 봤다. 커피 열매를 따서 껍질을 부순다. 키질로 알을 고르고 장작불에 볶아내서 절구 같은 통에서 쪄서 커피가루를 낸다. 신식 커피 머신에서 간편하게 내린 커피를 마시다가 방송의 그 장면이 떠오르며,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문화의 차이와 단축된 시간의 효율성이 느껴졌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치열한 경쟁 사회에선 한발 빨리 소비자의 입장에 서서 고객감동 마케팅을 연구해야 이길 확률이 크다. 한국인은 하루에 1.7잔의 커피를 마시며 밥보다 자주 먹는다는 통계치가 발표되었다.
나도 습관처럼 기분을 전환시키고 기억력 증강과, 인지능력이 상승되는 중독성 강한 커피를 즐겨 마신다. 커피 머신에 커피를 내리다가 ‘변화’와 ‘선점’이라는 단어가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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