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장

▲ 박영일 심농(心農)교육원장

"우리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산업적 경쟁력이 있는
농산물을 생산에 힘쓰자.
스스로 생각하는
투철한 인문학 정신은
그 바탕이 된다."

“작년에 1KG당 5000원에도 다 팔리던 게 이제 1000원도 못 받아요.”
오이과 채소 중 하나인 여주농사를 짓는 어느 농업인의 말이다. 여주가 당뇨·고혈압에 좋다고 소위 ‘뜨는’ 채소로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농업인들이 경작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아직 충분히 소비자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농가들이 재배에 모여들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게 바로 ‘유행 따라 농사짓는’구조를 나타내는 우리나라 농업환경의 열악함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농업경쟁력을 갖기 위한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다. 농산물 개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 보다 깊고 넓은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농업경쟁력을 갖기 위해 보다 확고한 ‘인문학적 사고(思考)의 틀’을 가져야 한다. 흔히 인문학적 사고라 함은 인류의 지혜가 녹아 있는 고전의 내용을 새롭게 인식해보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보다 참된 인문학적 가치는 스스로 찾고 대답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사색을 통해 스스로 깨우쳐 보자는 것이다. 인문학은 곧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한다.

인문학 정신으로 우선 자부심을 얘기하고 싶다. 유대민족이 오늘날 우수성을 발휘하는 데는 그들만의 자부심이 큰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유대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꿈과 인문학을 가르치는데, ‘선택된 민족의 후예로 인류의 리더가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은 약 2500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았다.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캐러 저 작은 동방의 나라로 가자”고 했다. 오늘날 중동지방에도 우리 사과와 한우고기를 수출하고 있다. 한류열풍 속에 우리 농산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중FTA로 중국시장이 우리 코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우유·수산물 ·김치 등 신선식품을 수출할 경우 통관부터 유통업체마트 진열까지 24시간 안으로 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격물치지(格物致知)’정신이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완전한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세종대왕은 언어의 이치를 파고들어 한글을 창조하고 자연의 이치를 파고들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문명을 일궜다. 일본은 자신들의 직업을 몇 대에 걸쳐 가업으로 승계하고 있다. 자연적 격물치지의 수준에 이르러 산업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거부가 된 사람들은 모두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자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기능성농산물도 격물치지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협동심이다. 흔히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한다. 이건 만고불변의 역사적 진리이기도 하다. 농업경쟁력은 개인농가로서는 한계가 있다. 농가끼리 또 지역끼리 뭉쳐야 브랜드 가치가 형성된다. 2004년 한·칠레FTA로 우리 농업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을 중심으로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뭉쳤다. 품질향상 기준을 설정하고 고품질 생산에 전념했다. 그리고 공동출하를 했다. 그게 오늘날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햇사레복숭아’이다. 협동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변화가 우리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출발되도록 노력해보자. 거기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투철한 인문학 정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한 농업을 만드는 핵심 경쟁력은 우리 내면에 잠재하는 강한 의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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