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겨울 동해가 그리워서 강원도로 가는 길에 인제에 있는 황태덕장에 들린 적이 있다. 덕장에 널린 명태들이 빨래처럼 드러났다. 영하의 날씨에 명태들은 하늘을 향하여 누워있었다. 제 몸을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야 황태라는 상품이 되는 거였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황태가 된다는 걸 황태가 귀가 있어 알까만.

생선 중에 명태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활용도가 높은 생선이 또 있을까? 국물이 시원한 동태탕, 살이 더 부드러운 생태탕, 고소한 황태 구이, 얼큰한 코다리 찜, 술안주로 좋은 노가리 등…. 명태는 어획 시기, 방법, 가공법 등에 따라 선태, 북어, 짝태, 망태, 원양태 등 불리는 이름도 많다. 명태는 비린내가 고약하거나 입맛에 거슬리지 않아서일까. 음식으로 술안주로도 입맛에 잘 맞아 누구나가 즐겨 찾는 생선인 셈이다.

요즘 청년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 쌓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치른다. 어렵게 직장에 들어간 후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되는 직종이 아닌 담에는 40세만 넘어도 구조조정의 칼날에 노출돼 있다. 한 직장만 바라보고 살기에는 불안한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퇴직한다 해도 적용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준비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수요에 맞춰갈 것이다. 퇴직자들이 생업으로 시작한 낯선 창업은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탓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도, 퇴직 후 창업을 하는 것도 사람마다 각자의 길이 있을 터. 실패의 이면에는 명태의 변신처럼 다양하지 못하고, 막연한 쏠림의 선택에서 오는 문제점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창업아이템이 ‘치킨집’과 ‘커피숍’ 말고는 없단 말인가.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남획으로 동해에서 명태가 덜 잡힌다는 뉴스를 봤다. 그래서인지 시장에 가도 러시아산 명태가 대부분이다. 명태로 자라기 전에 새끼인 노가리를 많이 잡아서 씨가 말라서 그렇기도 하다고.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명태의 다양한 이름들을 구분해 보다가 사람의 쓸모의 변용에 대해서도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길 희망하게 된다. 획일적 교육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살린 직업교육과 재능을 키워 적재적소에서 활용되기를.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고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허~ ‘명태’라고….” 환청인 듯 실제인 듯 오현명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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