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학창시절 ‘끼’가 많았던 K는 요즘 ‘줌마 보컬밴드’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맡고 있다. 생업을 하다가 잠시 짬을 내어 연습하고 실력을 다져 무료 공연도 다닌다. K의 얼굴에는 주름은 있어도 해맑다. 어떤 행사에서 아마추어가 악기를 잘 다루는 모습은 왠지 멋져 보인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악기나 댄스 등을 배우며 즐겁게 사는 법을 익히고 활동 범위를 늘려가는 이들이 많다.

아무하고나 어울리기를 거부하는 까칠한 사람들은 타인의 눈에는 그의 곁에 사람들이 적어 노후의 삶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외로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충실하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몰입하다가 새로운 세계가 열려 흡족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문인화에 빠진 김 선생은 취미로 즐기다가 국전에 당선된 후 치열하게 실력을 갈고 닦았다. 요즘엔 문화원 등에서 강사로 뛰며 즐거운 삶을 산다. P씨는 그림 솜씨가 좋다. 펜화를 배우고 실력을 인정받아 한 잡지에 일러스트를 제공하고 용돈을 벌며 보람을 느낀다.

남들이 용기를 못 낼 때 과감하게 시도할 배짱이 있어야 신세타령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다른 세계와 만난다. L 소설가는 집에 개인 서재를 갖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끔 여행하듯 조용한 카페를 찾아간다.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하루 종일 책을 보고 글도 쓰고 이용한다. 개념 없이 남들과 휩쓸려 다니다보면 많은 시간이 허비된다. 때때로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 맞나?” 하는 의문이 드는 거다. 호락호락하지 않고 까칠한 사람들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이다. 그래서 결국엔 목표한 것을 이룬다.

새로운 일도 취미생활도 시간을 투자해서 가꾸어 나가야 빛을 발한다. 그러려면 어영부영이 아닌 뚝심 있는 ‘깡’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덤덤하게 시작한 취미가 재미와 일로 연결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중년의 ‘재미의 복원’에 대해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 재능이 많았던 이들의 ‘끼’가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가 중년 이후에 슬슬 고개를 내민다. 자신의 ‘끼’를 들춰내서 잘 연마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기쁨을 즐기게 된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재미로 시작한 일이라야 오래간다. 내 친구가 속해있는 ‘줌마 보컬밴드’의 공연을 보며 잘 발효된 포도주가 생각났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익혀서 거르고 유리잔에 부어 마시는 한 잔의 와인처럼.
100세 시대를 맞는 시대에 내 입장에서도 ‘끼’를 부려보고 싶다. 어떤 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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