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우리 농업농촌 희노애락-노(怒)

▲ 한국과 중·베트남·뉴질랜드 FTA 비준안 국회통과를 규탄하는 농민단체.

쌀값 폭락…김영란법, 농축수산물 제외돼야
국내 쌀시장 악화…영농의지 상실로

올 한 해 우리 농업·농촌은 격동의 해를 보내며 분노가 가득했다. 국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앞을 비롯해 전국 관공서, 농업 현장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농민단체의 투쟁이 이어졌다. 한·중을 비롯해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TA 국회 비준이 통과됐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됨에 따라 농업·농촌은 새로운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쌀은 3년 연속 풍작과 함께 재고 과잉으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고 김영란법을 농축수산물에 대한 예외규정없이 내년 9월 본격 시행, 농축수산업의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FTA 국회 비준 통과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FTA 비준안이 지난 11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3개국과의 FTA 비준과 관련, 여야정 협의체는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자발적 기부를 통해 10년 간 총 1조 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FTA 피해보전직불제 보전비율을 현행 90%에서 2016년 95%로 인상하는 등의 11개 사항의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 역시 한·중 FTA 비준이 늦어질수록 하루에 40억 원씩 피해를 본다며 전방위적 언론 대응활동을 벌여 농업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농업·농촌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농업인들의 일방적인 피해만을 강요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쌀값 폭락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농민들.

▲쌀값 폭락… 수급 불안정 더욱 심화
3년 간의 쌀농사 풍작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현 재고량까지 더해 쌀은 개사료보다 못한 천시를 받고 있다. 정부가 20만 톤의 시장격리를 발표했음에도 산지 쌀값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가 밥쌀용 수입쌀 입찰 판매량을 11~12월 두 달간 5000톤으로 50% 줄이고,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제공하는 벼 매입자금을 2조 8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쌀값 폭락과 수급 불안이 심해진 뒤에야 제시되는 정부 대책에 현장 농업인의 불만과 불신은 높아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 10월 5일 잠정 타결됐다. TPP협정은 2년 내 12개 회원국 모두 국내 비준절차를 마칠 경우, 60일 후에 발효될 예정이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고 GDP(국내총생산량) 기준 세계경제의 약 37%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FTA이다.

특히 TPP는 상품, 서비스, 투자에 대한 관세, 규범, 여타 장벽 철폐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시장접근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회원국 간 생산 및 공급 연계망의 발전을 고려한 완전한 지역무역협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메가(mega)’ FTA로 불리우는 TPP타결로 쌀·쇠고기 등을 포함한 농축산물의 추가 개방 압력이 심화됨은 물론 가장 중요한 비관세장벽 중 하나인 동식물 검역에 있어서도 해제 절차 완화든지, 지역화(미국 개별 주, 중국의 개별 성에 대해 수입을 허용)로 전환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란법 논란… 농축산물은 제외돼야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제정과 관련, 농축산물도 예외 없이 일정 금액 이상을 넘어가면 부정행위로 간주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농축산물 등 품목의 예외없이 100만원 이상이면 형사처벌, 3만원에서 100만원 미만까지는 과태료를 부과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 9월 이후부터 과일·화훼류·축산물 등 농축산물 시장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농수축산물을 제외하지 않고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밀어붙일 경우,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미약한 명절 특수마저 무색하게 돼 농업·농촌은 물론 국민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쌀 관세화 전환, 관세율 513%… 근본적 대책 시급
올해 1월1일부터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 조치를 20년 만에 종료하고, 513%의 관세율을 적용해 시장이 개방됐다. 정부는 지난 9월 WTO 사무국에 쌀 관세율을 513%로 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TRQ(저율관세할당) 의무 수입물량 40만 6000톤 중 밥쌀용 쌀을 30% 의무 수입토록 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북한 및 최빈국에 대한 원조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도 삽입해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미국·중국·베트남·호주·태국을 포함한 5개국이 공식 이의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본격적인 관세화 조치에 대한 검증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정부가 밥쌀용 TRQ 쌀 3만 톤을 수입하면서 국내 쌀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농업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2015년 밥쌀용 TRQ 수입 물량은 국내 쌀 수급·가격 동향을 감안해 시장에 풀지 않겠다고 했지만, 농업인들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농업인의 영농 의욕을 지켜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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