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불과 3일 밖에 남지 않았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를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 농업농촌은 올 한해 무엇을 남겼고 내년에는 어떤 과제를 안고 시작해야 할까.

올 농사는 기상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어 풍작이었다고 하지만 막상 쌀을 비롯해 농산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낮은 시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6차산업화라는 대안을 통해 농업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을 얻었다. 따라서 6차산업화를 이끄는 농촌여성의 역할이 주목 받고 이에 대한 농촌여성의 역량 강화 노력도 증폭된 한 해가 됐다.

그러나 영연방 간의 FTA를 비롯,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개방화 이슈로 농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쌀 관세화로 시작된 올해는 한·중을 비롯해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AT 국회 비준안 통과 등 개방화 물결로 마무리됐다.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는 해이기도 했다. 쌀은 3년 연속 풍년과 함께 재고 과잉으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쌀값 폭락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수축산물을 제외하지 않고 ‘김영란법’이 지난 3월 공포돼 본격 시행되는 내년 9월 이후부터 과일·화훼류·축산물 등 농축산물 시장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늘도 원망스러운 한 해였다. ‘하늘과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농업은 올해 동업자 덕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봄철부터 이어진 가뭄은 한반도 논·밭 바닥을 갈라놓기에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다. 연초 구제역에 이어 봄철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로 인한 관광 산업 위축은 우리 농식품 소비와 수출에 빨간 불을 드리웠다. 5월 가정의 달 모임과 행사가 축소되는 한편 상춘객도 줄고 본격적인 휴가철 대목도 유야무야 넘어갔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의료, 문화, 복지로부터 소외된 농촌여성의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 사업’이 지자체에서 확산됐다. 100원짜리 택시를 타고 읍내를 나갈 수 있게 된 한해이기도 했다. 이는 지자체별도 내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택시업계의 경영난 해소와 농촌 교통체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한해 희노애락(喜怒哀樂)<관련 기사 8·9면>을 짚어보며 하우스 너머로 물끄러미 사라지는 붉은 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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