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우리 농업은 변화하고 있고,
변화해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중추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
"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 참 다사다난했다”고들 하는데, 올해야말로 농업계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중FTA 체결과 발효, 쌀 관세화 등 농업계 전반에 개방의 거센 파고가 밀려왔고, 가축질병 예방 등으로 고생도 많이 했다.
우리 농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좁은 국토이고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다’, ‘막대한 보조금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도 되지 않는다’는 등 장기적 비전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필자가 오랜 기간 우리 농업현장과 선진농업국을 접하면서 느낀 소감은 “대한민국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농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최근 정보통신,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다양한 첨단 과학과 기술이 농업에 접목되고 있다. 식품, 바이오, 에너지 등 2차 산업과 관광, 체험 등 3차 산업이 융복합된 고부가가치 6차 산업으로 농업이 도약하고 있다. 바야흐로 개방화, 글로벌화 시대다. ‘먹는 농업’, ‘1차 산업 농업’으로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흔히 농업을 낡은 산업, 보수적인 산업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는 ‘먹는 농업’ 중심의 전통적인 농업 개념만 생각해서이다. 실제 농업 현장에 가보면 농업이 결코 보수적인 분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생산기술부터 마케팅, 홍보, 포장, 디자인, 수출, 유통, 판로개척 등 전 분야에 걸쳐 많은 농업인들이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고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농업인들 사이에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효된 한중 FTA는 우리 농업에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이다. 한중FTA를 시작으로 시장개방과 글로벌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할랄, 동남아시아 등 신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업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하나, 더 중요한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 그동안의 수출경험과 전략을 토대로 새로운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고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으며 경지나 도로정비, 인터넷 환경 등 좋은 기반이 갖춰져 있다. 수많은 인력과 조직과 재원이 농업 부문에 투입되고 있다. 농업경쟁력의 핵심은 규모가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이다. 규모가 작아도 시장에서 소비자가 높은 값에 구매해주면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생산과 유통과 수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시스템을 갖추느냐가 글로벌 시대 농업경쟁력의 핵심이다. 절망적으로 보자면 끝이 없지만 희망을 가지고 우리 농업과 농촌을 보면 제2의 파프리카, 김, 인삼 등 수출유망상품이 가득하다. 우리 농업은 아직도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제와 현안이 많이 놓여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앞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여성농업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섬세한 전략으로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중추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만든 영문 슬로건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였다. 역동적으로 변화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우리 농업은 변화하고 있고, 변화해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2016년 새해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다이내믹 한국 농업’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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