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유헌 시인이 시집 《받침 없는 편지》를 보내왔다. 시의 일부는 이렇다. “하루는 막내딸 집 아파트에 들렀다가 잠긴 문에 삐뚤빼뚤 쪽지 한 장 남기셨어. ‘박일심 하머니 아다 가다’그렇게 돌아섰네.” 처음 읽었을 때는 철자가 잘못됐나 하고 다시 읽었다. 팔십 평생 까막눈으로 사시다가 겨우 한글을 익힌 노모의 받침 없는 글에 자식도 독자도 울컥해진다.

보통 글쓰기 하면 화려한 수식어와 테크닉이 있어야 좋고 잘 쓴 글로 오해할 때가 있다. 비평적 글쓰기나 전문적 글이 아닌 담에는 글은 진정성을 담은 정신이 느껴질 때 독자들은 감동을 하게 된다.
나의 20대를 돌이켜보면 낯선 자취방에서 힘들 때마다 힘이 됐던 것도 고향에서 엄마가 보내온 연필로 눌러쓴 편지글이다.
요즘엔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희귀해졌다. 어쩌다 손글씨로 보낸 편지를 받게 되면 속 깊은 맛이 난다. 아날로그의 손맛이 그립다. 손글씨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고, 이참에 글쓰기에 힘을 쏟아보면 어떨까?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기를 권한다. 독서는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인문, 경영, 역사서 등 다양하게 읽는 것이 좋다. 좋은 글을 필사(筆寫. 베끼어 쓰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트에 필사하다보면 좋은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내게 스며든다. 작가를 따라 깊은 사유의 숲을 여행하듯 혼연일체가 될 때 기쁘고 행복해진다. 주변에서 중년들이 글에 취미를 느끼고 글을 배우며 문우도 사귀고 예전과는 다른 대화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봤다. 늦바람처럼 무섭게 글쓰기에 빠져들어 열심히 쓰더니 환갑이나 기념일에 책을 발간해서 선보이기도 한다.
시작은 반이다. 잠들기 전 노트를 펼치고 일기 쓰듯 조금씩 써보자. 백지 앞에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한 단어 두 단어 늘려가며 희열감을 느껴보는 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면 뇌 활동이 왕성해져서 치매예방도 된다니.  

▲ 류미월 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각자의 삶은 되돌아보면 들판에 곡식처럼 할 말이 가득하지 않은가. 철자법이나 맞춤법이 좀 틀리면 어떤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만 제대로 전달되면 그만이다. 농촌여성신문사에서 ‘농촌의 숨은 스토리’ 공모계획도 있다는데….
도전은 아름답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일. 과정을 통해 제 자신을 깊이 알아가고 표현했을 때의 즐거움을 맛보는 일. 올겨울 애인처럼 몰입하게 하는 힘이 ‘글쓰기’라면. 나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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