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농촌여성 건강관리 프로그램 도입해야

▲ 윤승천 의료평론가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라는 용어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은 1970년대에 보편화됐다. 우리나라도 1976년 무렵 사회학자들에 의해 소개됐으나 본격적으로는 2000년경부터 유행됐다.
높은 삶의 질은 건강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의미하는데, 이런 삶의 보장은 인간이 존엄한 가치를 유지하고 지키는데 절대적인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행복한 삶의 기준으로 통용된다.

농촌여성들을 위한 건강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농촌여성들의 이 같은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낮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는 삶의 질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들이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개인의 건강수준 자체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다.
 
고령과 초고령

생물학적으로 65세 이상의 연령을 고령이라고 하며 사회적·법적으로 노인이라 한다. 85세 이상은 초고령이라 부른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14%대가 넘으면 고령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15년 13.1%로 사실상 고령사회다. 그러나 한국농촌은 이보다 15년 정도 앞선 2000년경에 이미 고령사회가 됐으며, 현재는 85세 이상이 14%가 넘는 초고령 사회다. 문제는 농촌 고령과 초고령 인구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65세 이상의 남녀비는 약 1:2, 85세 이상은 1:4, 100세 이상은 1:7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높다. 농촌지역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가보면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의 생래적인 욕망이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잘 죽는 것인데, 농촌여성의 초고령화는 높은 유병률과 과중한 의료비 부담, 의존수명으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낮은 농촌여성들의 삶의 질을 더 황폐하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사실상 큰 부담이다.
통계적으로도 고령의 유병률은 인구 전체에 비해 2~3배 높으며, 65세 이상 노인의 42%정도가 질병이나 장애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1.5%정도는 와상 상태라고 한다. 치매, 파킨슨병의 발생률은 8~9%로 이런 노인은 현재 약 70만정도인데, 300만~400만 명의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의존수명은 신체적·정신적인 기능부전으로 타인의 건강수발을 받아야만 하는 연명상태의 수명을 말한다. 의존수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본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령과 초고령도 자연의 섭리인 만큼 막을 수는 없더라도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건강하게 오래 살 수는 있는 것이다.

질병위험 더 높은 농촌여성
농촌여성들은 대체적으로 평생을 비효율적이거나 불편한 주거환경에서 과도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에 시달려왔기에 노년기의 질병위험은 오히려 더 높은데도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요즘은 농촌에서도 의존수명상태로 인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지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농촌여성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정체의 혼탁으로 시력이 상실되는 노년성 백내장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무려 1.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풍으로 더 많이 알려진 뇌졸중은 남성은 6명중 한명, 여성은 5명중 한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별·연령대별 분석에서는 85세 이상 여성에서 뇌졸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세계뇌졸중기구에서 올해 글로벌 캠페인의 주제를 ‘여성과 뇌졸중’으로 할 만큼 세계의학계도 여성의 뇌졸중에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뇌졸중이 발병하게 되면 분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남성들보다 후유 장애가 더 심하다.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중풍이란 병명처럼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스치면서 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린다.
따라서 고령과 초고령이 대부분인 농촌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건강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고 실천해야 하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