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심심하거나 세상 소식이 궁금할 때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사용하게 된다. SNS에 글을 올렸을 때 ‘좋아요’, ‘멋져요’ 등의 반응과 댓글이 줄줄이 달리면 자신의 건재함을 확인하듯 위안을 받는다. 뻔히 아는 이의 글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무심코 적당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누를 때가 있다. 상호 교류의 소통이 뿌듯할 때도 있다. 글을 통해 근황을 알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반면에 스마트폰에 중독돼 피로해지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경험한 바로는 이런 댓글도 품앗이 성격이 강하다는 거다.

어떤 시인은 페이스북에 시시콜콜 일상을 사진과 함께 하루에도 몇 개씩 올린다. 수백 개의 ‘좋아요’ 등 댓글이 오간다. 오로지 SNS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그의 내면은 과연 행복한 것일까?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이는 중독성에 정도가 지나쳐 보인다. 일례로 SNS 상에서 대단한 소통을 과시하는 이들 중에는 실제로는 힘들 때 고통을 나눌 변변한 술친구 한 명조차 없는 이들도 봐왔다.

동네를 산책할 때 대부분 작은 개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이 보통의 풍경이었다. 이젠 개도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이라고 호칭도 바뀌는 시대여서인지, 사람만 한 크기의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말없이 걷다가 개를 매개체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말문을 연다. 정작 사람의 궁금증보다는 개에 관해서 말을 건다. 족보는 어디인지? 동물병원은 어디가 좋은지? 개가 사람보다 상전인 듯해 허탈할 때가 있다.

‘고독한 군중’의 저자인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겉으로 드러난 사교성과 달리 내면적 불안과 번민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고독한 군중’이란 용어로 간파했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상대방으로부터 관심받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좋은 상대가 돼주는 일, 지나치지 않는 적절한 자기표현과 PR도 분명 소통 능력이다. 고수들은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소리까지 알아차려 듣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던가. 유독 그들의 귀만 큰 것일까. 때로는 침묵도 소통이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SNS 활동이나 개를 기르는 일이 활력과 위안, 어떤 상실감과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말 외롭고 힘들 때는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이 솟지 않던가. 소통의 대상을 기계나 동물을 택하든,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를 택하든, 오로지 선택은 자유지만 말이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계절이다. 마음이 척척 잘 통하는 사람,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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