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㉚ - 즐거운 음주교육

와인은 자연과 농부의 땀이 빚어낸 순수한 음료이자
늘 식탁에 올라 마른 목을 축여주는 익숙한 술…

옛날부터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한다고 듣고 살았다.  그래야 흐트러지는 모습 없이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저것 따지기 좋아하던 필자는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들으면 자꾸만 속에서 짓궂은 상상이 떠올랐다.  
‘만약 술을 가르치는 어른이 술버릇이 좋지 않은 주정꾼이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는데, 억지스럽지만 그 이유 때문에 술을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는 말은 오랜 세월동안 필자에게 풀리지 않은 화두로 남아있었다.

예정된 운명이었을까. 술 빚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보니 예전부터 풀리지 않던 그 숙제가 다시 생각났다. ‘과연 술은 누구에게 어떻게 배워야 하는 것일까.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요즘의 기성세대들은 어른으로부터 술을 배웠다기보다는 선배나 친구의 손에 이끌려 술을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인데 과연 자녀들에게 술을 가르칠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술은 기호음료다. 그러나 요즘 넘쳐나는 숙취개선음료 광고가 증명하듯, 현재 우리사회의 술은 ‘기호음료’가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 돼있다. 결국 술을 맛있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술을 과하게 마시거나, 술자리를 피할 수 없어서 억지로 마시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갈등해소를 위한 술자리가 개인이나 가정에 새로운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술이 가지는 소통의 효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나 노래처럼 소통의 매개체인 술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상대방과의 소통도 더 잘된다는 것을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맛있게 즐긴 술은 범죄와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렴풋하게 찾게 된 것은 와인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와인은 우리에게 제법 고급스러운 술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생산지를 찾아가보면 호사스러운 느낌보다는 자연과 농부의 땀이 빚어낸 순수한 음료로서, 늘 식탁에 올라 마른 목을 축여주는 익숙한 술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늘 식사와 함께 시작되고, 끝나므로 과음할 일 또한 많지 않다. 어른들이 식사 때 한두 잔의 와인을 가볍게 마시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과음과 멀어진다.

정신을 바짝 차려서 술기운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술은 원래 가볍게 한두 잔 마시는 것으로 음주습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따로 가르친다기보다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시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는 과정에서 몸에 익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었다. 우리는 혹시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는 옛말을 잘못 해석한 것인지도 모른다. 옛말을 고쳐 써보자면 ‘술은 집에서 어른이 드시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라고 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최고의 교육은 모범이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며 술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즐겁고 가볍게 식사 때 와인 한잔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저절로 따라 배울 것이다. 아이가 청소년이 돼 와인잔에 자주 눈길을 준다면 조심스럽게 조금 권해보는 것도 좋다. 밖에서 배우는 술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즐거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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