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안도현 잡문」

‘세상의 중심에서 이탈한 모든 별똥별들에게 바친다’
이 책을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환영사다. ‘집중’은 일을 해결하는데 효율을 가져오지만 정작 나에게는 중압감과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인이 갖가지 병치레로 고통 받는 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먼저 중심에서 이탈해, 이탈한 글로 사람들을 어루만지려 한다.   
「안도현 잡문」은 시인 안도현이 시를 쓰지 않는 시간동안 쓴, 시에서 이탈한 문장 모음집이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잡문’이라 칭했다.

잡문은 일정한 체계나 문장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되는대로 쓴, 지은이의 감정이나 사상이 꾸밈없이 드러난 글을 의미한다. 곧 예술적 가치가 없는 잡스러운 문학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혹자는 ‘빈 종이에 엉뚱하게 뜻 모를 140여 글자가 적혀있는 만 삼천 원짜리 노트’라고 평할지도 모르겠다.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은 여백이 많다. 문장 하나 적혀 있는 페이지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이 더 많아지는 책이다. 시인의 문장을 술술 읊조리면 글씨를 제외한 여백들이 나의 역사와 감정, 기억들로 채워지고 만다. 문장 하나가 나의 세계를 상기시키며 재배치하고 창조하기도 한다.  

태초의 우주는 시간도 공간도 없는 작은 점에서부터 시작했고 ‘빅뱅’이라는 대폭발로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 한 문장의 ‘잡문’은 독자의 사유와 감정을 끝없이 확장시켜 어쩌면 우주와 통하는 곳에 데려다 놓을 수도 있다.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독특한 확장 경험을 할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

안도현/이야기가있는집/256쪽/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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