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출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 박현출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매"

농수산물유통개혁은 농수산업계의 오랜 숙원사항 중 하나이다.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신선한 농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기 바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울까?
더구나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보니 산지와 소비지 양쪽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참으로 많다.

생산자 조직화 ‘급선무’
생산자들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생산자 조직화가 급선무이다. 아직도 농업인들은 각자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 혼자서 도매시장에 나오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해서는 유통이 결코 선진화될 수 없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의 그리너리나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의 농업인들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은 협동조합이나 또 다른 생산자조직에 맡긴다. 이들 유통 조직이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수집, 선별하고 포장해서 좋은 상품을 만든 다음, 이를 팔아 생산자에게 판매대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생산자들이 단합할 수만 있다면 유통 선진화는 벌써 절반은 해결하는 셈이다.

도매시장 선진화,
정가·수의매매 화성화

그 다음으로는 농산물 유통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도매시장을 선진화하는 일이다.
가락시장만 해도 1985년 개장을 할 때 용산시장, 염천교시장 등에서 영업 중이던 약 6천 명의 상인들이 입주했기 때문에 도소매 혼재, 무허가상인의 난립 등 많은 문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당초 하루 4,600톤 규모의 농수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어진 시장에 지금은 하루 평균 8,200여 톤씩 반입되다 보니 물류 혼잡도가 극심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좁은 시장을 넓게 쓰려면 가락시장도 지하를 파고, 지상 2층으로 건물을 올려야 한다. 그리고 거래방식이 경매 중심에서 조금씩 정가·수의거래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러한 정가·수의거래를 활성화하면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시장의 혼잡문제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경매방식은 모든 농산물을 한꺼번에 모아 놓고 거래를 하기 때문에 출하자 입장에서 보면 장점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을 많이 소비하는 단점도 적지 않다.

도매업체간 경쟁 촉진
끝으로, 도매거래업체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영세소농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수의 도매법인에 독과점적 수탁판매권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경쟁이 제한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가락시장에서는 도매업체간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여 출하자와 소비자에게 더욱 봉사하는 시장이 되도록 출하대금 정산은행의 설치, 거래내용의 투명한 공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도매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20~30년 전 위탁상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경매방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동안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생산자 모두가 관심을 갖고 가락시장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줄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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