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가끔은 별생각 없이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찜통더위엔 괜찮은 피서가 되고, 한겨울엔 추위를 피해 달리니 말이다.  
실버층이 많이 사는 우리 동네 마을버스는 덜 붐비는 편이다. 버스기사는 차에 오르는 승객에게 친절한 이웃처럼 먼저 인사를 건넨다. 노란색 버스에는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처음에는 승차했을 때 ‘클래식 음악이라니!’하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중음악에 익숙한 귀에 제목도 가물가물한 클래식이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다 보니 그 기사가 운전할 때는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노선을 빙빙 돌며 달리는 음악 감상실 같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목적지까지 가면서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가 되고 여유로운 마음까지 생기게 되었다. 화가 난 상태거나 스트레스로 두통 증세가 있을 때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오면 기분전환이 되었다.

피아노의 맑은 음 때문일까, 바이올린 현의 매력 때문이었을까. 비발디나 모차르트의 경쾌한 선율이 흐르는 날엔 연주곡을 들으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기사 아저씨가 틀어준 음악이 자주 가는 병원의 의사가 처방해주는 처방전처럼 위안을 주었다. 물론 알약은 먹지 않았지만 기사의 따뜻한 배려가 승객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처방전인 셈이었다.
물질로만 나눔과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굳어진 관념에 균열이 가는 사례였다. 나는 무엇을 타인과 나눌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십억 대의 재산을 갖고도 탈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셋방에 살면서 불우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기부하는 사람이 있다. 퇴직한 어르신이 노인정에서 청소년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일도 아름답다. 딸아이가 매달 후원하는 아프리카의 한 소년에게서 오는 편지글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개개인은 분명 타인과 나눌 수 있는 달란트나 물질이 있을 수 있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단지 실천하는 자와 못하는 자의 차이가 있을 뿐. 나눔의 진정한 기쁨은 나눔의 혜택을 받은 자들이 훗날 진정으로 나눔을 베푸는 입장에 설 때가 아닐까. 익명의 기부자는 드러내지 않아도 울림을 준다. 재능기부자의 모습도 신선하다. 신문을 보다가 놓치기 아까운 글이나 책을 보다가 좋은 구절은 사진을 찍어서 가까운 이들에게 보낸다. 거창하진 않아도 작은 것에서부터 나눔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나눔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돌아보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멀리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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