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지강 저장유통연구팀장

한국 주도로 개도국
원예작물 수확후관리
매뉴얼 공동 개발

과일과 채소는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 등이 많아 건강에 좋은 식품이지만 수확 후 쉽게 품질이 변해 손실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가에서는 손실률이 무려 30~50%에 이르는데, 이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도 커, 수확 후 손실 경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는 과일, 채소 등의 원예작물 손실이 개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으나, 1990년 이후 산지유통센터(APC)가 설치되고 저장유통 시스템이 현대화되면서 손실률을 10~30%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는데, 여기에는 개선된 수확후관리 기술이 밑바탕 돼 왔다. 이제 한국의 원예작물 수확후 관리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아져 최근에는 개도국에서의 기술협력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개도국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신선하고 안전한 과일, 채소를 공급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수확후관리에 대한 기술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개도국에서 과일이나 채소는 높은 온도에서 수확되고, 대용량(약 50~110㎏)의 상자 또는 바스켓에 담겨 수송됨에 따라 유통 과정에서 압상 등이 쉽게 발생한다. 또한, 온도 관리와 선별기술 부족으로 수확 후 부패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발달된 수확후관리 시스템으로 수확 후 손실이 5~25%로 낮지만, 개도국에서는 저온유통 체계 등 선진국과 같은 수확후관리를 적용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개도국의 기후와 농업환경에 적합한 수확후관리 기술을 확립해 기술보급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아시아 11개국, 아프리카 15개국과 수확 후 손실 감소를 위한 기술협력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다자간 기술협력을 통해 수확 후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을 전문가들이 함께 검토해 현장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방법을 도출하고, 각 국가에 적합한 표준화된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다. 이 수확후관리 매뉴얼은 생산자와 유통, 가공업 등 관련 산업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으로, 개도국에서 과일, 채소 수확 후 품질개선을 위해 어떻게 바꿔져야 하는지 모델을 제시하고,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수확 후 손실을 감소시킬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도국 26개 국가에서 관심이 많은 이 문제를 한국이 중심이 되는 협력을 통해 각 국가에 적합한 수확후관리 매뉴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국제적으로 개도국의 원예작물 수확 후 손실이 높다는 지적은 해왔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자고 거론된 적이 없었다. 이를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권은 2020년까지 15~40% 수준으로, 아프리카권은 2022년까지 20~45%로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국가별 전문가들이 함께 실천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주도의 이러한 수확후관리 사업을 통해 그동안 변하지 못했던 개도국의 원예작물 손실이 감소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량은 더욱 커지고, 한국농업의 위상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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