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와인스토리㉓

요리와 와인이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직접 맛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 최선이다.
요리가 입에 약간 남았을 때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면
요리와 와인이 어울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모든 음식에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밥과 반찬 그리고 국에 관해서라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궁합을 자랑한다. 서양 요리에서는 국물의 위치를 와인이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물 없는 요리를 먹다가 입이 텁텁해질 때 쯤 마시는 한 모금의 와인은 요리의 맛을 한 층 더 훌륭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므로 서양 요리에서 와인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서로 잘 어울리는 와인과 요리의 결합을 프랑스어로 마리아주(Mariage)라고 부른다. 원래 결혼이라는 뜻의 이 단어를 통해 음식과 와인의 결합을 표현한 것은 참으로 멋진 아이디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예로부터 “중매를 잘하면 술이 석잔, 중매를 잘못하면 뺨이 석대”라 하지 않았던가.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와인은 포도의 품종, 생산지나 양조법에 따라 그 스타일이 천차만별이어서 요리와의 궁합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와인과 요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수많은 음식들에 대해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척척 선택하는 능력은 거의 소믈리에 수준에서나 가능한 것이겠지만 나와 내 가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 잘 어울리는 몇 종류의 와인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명절이나 비즈니스 모임, 기념할 만한 날의 식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강의 필살기. 음식과 와인의 멋진 마리아주를 알아보자.
마리아주의 기본수칙은 ▲맛이 강하거나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요리에는 맛과 향이 진한 풀바디 레드와인 ▲맛이 연하고 섬세한 요리에는 가볍고 발랄한 라이트바디 화이트와인 ▲짠 맛이 많은 요리에는 드라이와인(달지 않은 와인) ▲단 맛이 많은 요리에는 스위트와인(달콤한 와인)

또한 식사의 진행과 맞추어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식전에는 단맛이 적고 가벼운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와인 ▲식사 중에는 생선요리에는 드라이 화이트와인, 육류요리에는 드라이 레드와인 ▲디저트에는 스위트와인이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잘 맞는 궁합이 있는가 하면 피해야 할 궁합도 있다. 대표적으로 매운탕 같은 종류의 자극적인 국물요리는 와인과 가장 맞추기 가장 어려운 요리이다. 또한 냄새나는 오징어와 레드와인, 비린 생굴과 달콤한 스위트와인도 피해야 할 궁합이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의 와인애호가들이 동의하는 마리아주의 기본 수칙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은 어디까지나 기본일 뿐 현장에서는 각각의 요리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선택이 요구 될 수 있으니 너무 원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참치 머리고기는 생선이지만 육회와 비슷한 맛이 나고, 같은 생선이라도 비린내가 많은 등이 푸른 생선이냐, 흰 살 생선이냐에 따라 와인의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직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요리와 와인이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맛보고 경험을 쌓는 것이 최선인데 완성된 요리를 한 입 씹어서 삼키고 입에 약간 남았을 때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면 미각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어도 요리와 와인이 어울리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의 경험으로 찾아낸 마리아주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필자가 최근에 찾아낸 훌륭한 마리아주 하나를 소개하자면 신김치와 스페인산 와인의 어울림을 꼽을 만하다.

▲ 김홍철 가평와인스쿨학과장

밤늦은 시각에 마트에서 만 원쯤에 파는 저렴한 와인을 한 병 땄는데 안주거리 라고는 묵은 김치 밖에 없었다. 뗌쁘라니요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약간의 신맛과 달콤한 뒷맛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먹기에는 불편한 김치의 강한 신맛이 와인의 연한 신맛으로 이어지면서 마지막은 달콤한 맛으로 마무리 되는 기막힌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드럽게 내려앉는듯한 연착륙은 그날 밤 와인병이 빌 때까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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