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아들이 없는 빈방의 침대를 보다가 울컥 울음을 쏟았다. 요즘 만나기 싫은 사람들은 “아들 어느 대학 갔어?” 하고 은근 떠보는 학부모들이다. 남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내 아들은 거꾸로 지방으로 갔다. 집 근처에서 뱅뱅 돌며 초중고를 다니다가 처음으로 가족과 멀리 떨어진 아들. 적응은 잘할까? 보고 싶으면 어쩌지…. 안절부절못하고 정작 아들의 배려는 접어두고 아들을 가까이 두고 싶은 내 이기심이 계산된 걱정이었다.

그러나 한 달에 한두 번 주말에 오는 아들은 예전보다 더 씩씩해졌다. 괜한 기우였다.
오랜만에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아들은 새로운 친구, 새로운 공부, 새로 적응할 일들로 정신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내 생각이 짧았던 거다
그동안 너무 아들을 감싸고돌았다. 그 녀석의 반응을 보며 적당히 무관심했어야 했는데 마치 애인처럼 변심할까 애지중지했던 것이다. 딸은 내게 ‘아들 바라기’라고 놀린다. 내심 섭섭했나 보다. 차츰 마음을 비우고 아들에게 덤덤하게 대했다. 요즘엔 오히려 거꾸로 문자가 오고 전화 연락이 온다.

젊은 날엔 나를 위해선 뭐든 하겠다던 남편도 차츰 시들해지고, 아들마저 멀리 떠났다. 조석으로 부는 바람이 한여름인데도 왜 이리 시린 건지.
사우나 찜질방에서 무심코 들리는 소리.
“아들친구들이 갑자기 몰려와서 밥 해대느라 혼났단다. 혹시 남편이 먼저 가고나면 내 상여를 메줄 사람은 바로 아들 친구들이라나….”

▲ 류미월 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잘난 자식 못난 자식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만.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가는 길가에 샛노란 민들레가 눈에 들어온다. 채소나 꽃도 솎아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튼실한 열매를 맺고 제대로 꽃을 활짝 피운다. 인공 재배한 온실의 꽃보다 야생의 민들레가 단단한 건 지붕 없는 야생에서 비바람을 견딘 처절함 때문이리라. 민들레 하얀 솜털이 떨어져 나간 열매에는 가시돌기 같은 받침이 숨어있다. 아들의 결기를 보는듯해 쉽게 눈길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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